대법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아이돌 그룹 신화의 멤버 이민우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해 26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전직 방송작가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9년, 추징금 약 26억원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민우는 지난 2016년 여성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강남경찰서는 2019년 7월 이민우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당시 그와 친분이 있던 A씨는 "검찰 내부에 인맥이 있으니 무혐의를 받게 해주겠다"며 이민우에게 접근해 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민우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에도 "검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번복하려 한다"며 거짓말하며 돈을 뜯어내 총 26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고심 쟁점은 범죄 행위로 편취한 금액 일부를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별도의 범죄 혐의 성립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했고 피해자는 위축된 상태에 있었던 것이 인정된다"며 A씨가 이민우를 가스라이팅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이에 대해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 오해를 지적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란 형법상의 개념으로 범죄에 의해 획득한 위법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사용, 처분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후행위가 이미 주된 범죄에 의해 완전히 평가된 것이기 때문에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대법은 "피고인이 이미 취득한 이 사건 대출금의 일부를 피해자의 다른 계좌들을 거쳐 피고인이나 성명불상자 명의 계좌로 각 이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피해자에 대한 법익 침해가 증가하였다거나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워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각 이체금이 이 사건 대출금이 아닌 별도의 금원으로서 피고인의 이 부분 행위로 피해자에 대한 법익 침해 증가나 새로운 법익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해 더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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