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의 리지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식각 공급망이 재편된다. 솔브레인이 철수하고, 중국 업체가 신규 진입한다.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솔브레인은 씬글래스(TG)라고 부르는 리지드 OLED 식각 사업을 이달까지 운영한 뒤 철수한다. 솔브레인은 삼성디스플레이 리지드 OLED 식각을 맡았었는데,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리지드 OLED는 유리기판 위에 발광층을 증착한 패널이다. 구부러지지 않고 단단한 기판을 사용했다는 의미에서 '리지드(Rigid)'라는 단어가 붙었다. 딱딱한 기판을 기반으로 해 디스플레이도 휘거나 구부릴 수 없다. 유연한 기판을 사용하는 '플렉시블(Flexible)' OLED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리지드 OLED는 주로 보급형 스마트폰에 채택되고 있다.
솔브레인은 당초 2024년부터 리지드 OLED 식각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었다. 리지드 OLED가 플렉시블 OLED로 전환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이 폴더블 등 다양한 폼팩터로 디자인 변화를 시도하면서 리지드보다 가벼워 쓰임새가 더 넓은 플렉시블 OLED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본지 2023년 11월 7일자 4면 참조〉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리지드 OLED 수요가 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주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요청에 따라 6월까지 식각 사업을 연장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리지드 OLED는 지난해 1억6861만대로 2023년 대비 48.1% 증가했다. 그 결과 리지드 OLED가 스마트폰 OLED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리지드 OLED를 지난해 갤럭시A1 시리즈까지 확대 적용했고, 중국 패널 업체들의 플렉시블 OLED 가격이 2023년보다 상승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리지드 OLED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다만 솔브레인은 리지드 OLED 수요 증가가 일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철수를 결정했다. 솔브레인은 IT용 OLED 기판으로 주목받는 하이브리드 기판 식각에도 진입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기판은 리지드의 유리기판과 플렉시블의 폴리이미드(PI) 박막봉지(TFE)를 결합한 것으로 지난해 애플 아이패드에 처음 적용됐다. 수익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솔브레인이 철수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리지드 OLED 식각 공급망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솔브레인이 빠지면서 빈 자리에는 중국 K사가 연내 진입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솔브레인과 연장한 계약이 이달 종료를 앞두고 있어 그동안 물색해 온 중국 업체로 변경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솔브레인은 리지드 OLED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유리기판을 가공하던 기술을 활용해 글래스관통전극(TGV) 식각 사업을 하겠다는구상이다. 신호를 주고 받는 통로인 TGV는 레이저로 구멍 틀을 만들고 이를 깎아내는 식각을 통해 만들어진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