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대외 순채권국으로 올라선 지 10년이 흘렀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투자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26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발표한 ‘해외투자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해외투자자산 규모는 2조 5100억 달러(약 3490조 원)로 OECD 38개국 중 16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대외 순채권국으로 처음 전환한 2014년(1조 700억 원)과 비교하면 2.43배 증가한 수치다.
다만 한국의 지난해 GDP 대비 해외투자자산 비율은 134.4%로 OECD 국가 중 26위에 그쳤다. 영국(499.7%), 프랑스(357.7%), 독일(309.2%), 일본(264.4%)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해외투자자산은 직접투자(FDI)와 주식·채권 등 증권투자, 예금·대출 등 기타투자, 파생 상품, 외환보유고 같은 준비자산 등 한 국가가 해외에 보유한 전체 자산을 포함한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경우 과거 준비자산 위주의 신흥국형 구조에서 주식 중심의 선진국형 구조로 바뀐 것으로 평가됐다. 2014년에는 준비자산(33.9%), 직접투자(24.3%), 예금, 대출 등 기타투자(19.9%)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직접투자(30.4%), 주식(29.6%), 채권(10%)의 비중은 증가한 반면 준비자산(16.5%), 기타투자(11.7%)의 비중은 감소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와 함께 투자 수익률도 일부 개선됐다. 2000~2004년의 해외투자 수익률은 2.9%였지만 이후 2010~2014년(3.6%), 2020~2024년(4.4)%로 꾸준히 높아졌다. 최근 수익률은 같은 기간 캐나다(5.5%), 미국(4.7%) 등과 비슷하고 독일(3.7%), 프랑스(3.6%), 영국(3.0%), 이탈리아(2.3%), 일본(1.3%)보다 높았다.
한국의 직접투자 및 주식·채권투자 등 부문에서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미국이었다. 2023년 직접투자 중 미국의 비중은 29.6%로, 중국과 홍콩을 합친 17%보다 컸다. 최근 5년간 해외직접투자(FDI)의 업종별 비중을 보면 금융·보험업이 38.8%로 가장 컸으며, 제조업(27%), 부동산업(9.1%), 정보통신업(5.8%), 광업(4.0%)이 뒤를 이었다.
상의는 향후 해외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전략적 해외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가전략기술 관련 기업 인수 시에만 적용되는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자금조달 및 운용을 용이하게 하고 공적개발원조(ODA), 해외투자 연계 등 민관 협력 강화 등의 지원책도 제안했다.
강석구 상의 조사본부장은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새로운 국부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투자가 수익 창출뿐 아니라 선진 기술 확보, 공급망 안정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