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가 세계 최초로 선박 5,000척을 건조·인도하며 글로벌 조선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74년 울산조선소에서 첫 번째 선박인 ‘Atlantic Baron’을 시작으로 정확히 반세기 만의 성취다. 조선업 역사가 더 오래된 유럽과 일본의 기업들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더욱 각별하다.
조선산업의 중심지 울산(시장 김두겸)이 세계 무대에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각인시킨 5,000번째 선박은 필리핀 해군에 인도된 초계함 ‘Diogo Silang’까지 총 68개국 700여개 선주사에 선박을 인도했다.
반세기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이번 성과는 한국 조선산업이 보여준 ‘도전의 역사’를 상징한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추격, 경기 침체와 해운 위기, 조선업 구조조정 등 숱한 고비를 겪었지만 한국 조선은 기술과 품질로 다시 세계 정상에 서고 있다.
특히 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친환경·자율운항 등 미래 기술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굳혀가고 있다. 또한 HD현대는 이번 5,000척 달성을 계기로 계열사와 협력업체 임직원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함께 이룬 성과’에 대한 보상도 밝혔다.
이는 조선업 생태계가 숙련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땀으로 유지되는 산업임을 확인한 결정이며,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훈풍으로 다가설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기록의 중심에는 ‘울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HD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조선산업의 심장 역할을 해왔으며, 지역경제·고용·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큰비중을 차지해 왔다. 조선업의 호황과 침체는 곧 울산의 경기와 직결되었다.
따라서 이번 5,000척 달성은 울산 시민에게도 자부심이자 미래 희망의 신호다.
정기선 회장은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다" 라며 "함께 만든 도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또 다른 반세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가 친환경 엔진, AI 기반 조선 기술, 디지털 생산 체계 등을 앞세워 미래 경쟁력을 확실히 확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D현대의 5,000척 인도는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는 순간이자, 앞으로 한국 조선산업이 가야 할 미래를 다시금 일깨우는 사건이다.
울산이 세계 산업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인 조선업이 다시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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