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미디어(SNS)에 올라온 허위 영상 때문에 폴란드의 한 농부가 수확한 감자 150톤을 도난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감자를 가져간 주민들 수백명은 트럭과 굴착기까지 동원했으며, 피해액은 1만4000유로(약 2330만원)에 달한다.
21일 바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폴란드 남동부 포드카르파치 지역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피오트르 그리타(68) 씨는 최근 주말 동안 가족 모임에 참석하느라 농장을 비웠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감자 수확물이 하루아침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SNS에서 급속도로 퍼진 한 영상이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피오트르 씨의 밭을 배경으로 “농부가 팔 수 없는 감자 150톤을 버렸다. 누구든지 와서 공짜로 가져가도 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농부가 감자 구매자를 찾지 못해 주민들이 직접 가져가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거짓 영상은 인근 지역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영상을 믿은 수백명의 주민들은 자루와 양동이는 물론, 트럭, 굴착기, 트레일러까지 동원하며 피오트르 씨의 농장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한 주민은 차량으로 60톤에 달하는 감자를 실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농장으로 돌아온 피오트르 씨는 수확물이 몽땅 사라지고 밭에 감자 조각과 휩쓸린 자루들만 널브러진 참혹한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피오트르 씨는 현지 매체를 통해 “68년 평생 이런 일은 처음 겪어봤다. 마치 공포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악몽 같았다”며 망연자실한 심경을 전했다. 도난당한 감자의 가치는 약 1만4000유로(한화 약 2330만원)로 추산된다.
현재 피오트르 씨는 당장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감자를 가져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반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다.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그에게 연락해 감자를 돌려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농부는 “아무 반응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한편, 문제의 허위 영상은 현재 SNS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 사건은 현지에서 '감자 골드 러시'라며 논란과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