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 배심원단 “증거 불충분”
워싱턴주 한인 스파 소송도 기각
성별인정법 논란 다시 수면 위로
한인 운영 스파들이 트랜스젠더 출입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 판결들이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우선 지난 2021년 LA 지역 ‘위스파(Wi Spa)’에서 발생한 소위 ‘트랜스젠더 노출 사건’의 용의자 대런 머레이거(55)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머레이거는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신분을 등록한 상태이며, 2021년 6월 위스파 여탕에 출입해 성기를 노출하는 등 5건의 혐의로 같은 해 9월 기소된 바 있다. 〈본지 2021년 9월 3일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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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머레이거는 나체 상태로 위스파 내 자쿠지에 앉아 있었으며, 이를 본 여성 고객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전국적인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특히 그는 각종 성범죄 전력을 갖고 있었으며, 2002년과 2003년에도 성기 노출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성범죄자 목록에 등록(2006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LA카운티수피리어 법원에서 열린 최종 평결에서 배심원단은 검찰이 제시한 ‘성적 의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평결 작업 시작 후 1시간 30분 만에 무죄 평결을 내렸다.
검찰 측은 머레이거가 고의로 성기를 노출해 성적 흥분을 의도했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주요 목격자들의 진술이 불일치했으며, 사건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도 핵심 쟁점인 발기는 명확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가주 내 성별 인식과 법률 적용의 한계를 다시금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머레이거는 2018년 시행된 ‘성별 인정법(Gender Recognition Act)’에 따라 의학적 증명 없이 가주 차량국(DMV)에 여성으로 등록할 수 있었고, 이는 법적으로 여성 공간에 접근할 권리를 부여한 셈이 됐다.
머레이거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공장소에서의 젠더 자율성과 타인의 권리 사이의 균형, 나아가 성별 정체성의 법적 인정과 사회적 수용이라는 복잡한 쟁점을 던졌다. 평결 후 머레이거는 앞으로도 여성 전용 스파나 탈의실을 계속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연방 항소법원이 워싱턴주 한인 소유의 여성 전용 찜질방 ‘올림퍼스 스파(Olympus Spa)’가 트랜스젠더 여성의 출입을 금지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스파 측의 소송을 기각했다.
제9 항소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2대 1의 다수 의견으로 스파 측이 제1 수정헌법을 근거로 워싱턴주 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헌법상 권리가 침해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마거릿 맥키언 판사(빌 클린턴 대통령 임명)는 판결문을 통해 “제1 수정헌법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받아들이도록 한 주 정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케네스 이(한글명 이기열·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명) 판사는 “올림퍼스 스파는 20년 넘게 동일한 정책을 유지해왔으며, 단 한 건의 민원 제기로 인해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찜질방은 통상 완전한 나체 상태에서 공동 사우나와 때밀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라며 “13세 소녀를 포함한 여성 고객과 직원이 남성 생식기를 가진 트랜스젠더 여성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는 상황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명운 올림퍼스 스파 대표는 지난달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항소법원의 판결은 편향됐다”며 “연방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인성·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