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5점만 생산...'시계 예술' 보여주는 걸작 나왔다 [더 하이엔드]

2025-11-20

올가을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Jaeger-LeCoultre)가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인 ‘마스터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칼리버 945’와 ‘리베르소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칼리버 179’를 내놨다. 각각 다섯 점, 열 점만 생산하는 탓에 극소수 고객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제품으로, 브랜드가 보유한 남다른 시계 제작 기술과 탁월한 장식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손목 위 작은 예술품이다.

복잡한 시계를 향한 열정과 기술

예거 르쿨트르는 193년간 1400종이 넘는 자체 제작 칼리버를 개발하고, 43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시계 메커니즘 개발에 두각을 나타내온 브랜드다. 그 정점에 있는 컬렉션이 바로 ‘히브리스 아티스티카(Hybris Artistica)’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제작 기술과 수공예 장식의 미학을 결합해 한정 생산하는 시리즈로 2014년부터 선보여왔다.

이 컬렉션은 2003년 시작된 ‘히브리스 메카니카(Hybris Mechanica)’의 연장선에 있다. 히브리스 메카니카의 주요 모델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 예술적 기법을 더해 완성하기 때문이다. 히브리스 메카니카는 예거 르쿨트르가 개발한 가장 복잡하고 혁신적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탑재한 시계를 뜻한다. 이 컬렉션을 통해 출원된 특허만 해도 54건에 이른다. ‘히브리스’는 그리스어로 ‘넘치는 열정’을 의미한다.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시계 예술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컬렉션은 스위스 르 상티에 지역에 위치한 예거 르쿨트르 매뉴팩처에서 직접 만든다. 마스터 워치메이커가 조립한 무브먼트에 ‘메티에 라르(Métiers Rares)’ 공방 내 장인의 손맛을 더해 완성된다.

‘희귀한 장인 기술’로 풀이할 수 있는 이 공방은 수공예 시계 제작의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작업실로 기요셰 장식, 에나멜링, 금속 세공, 마케트리(쪽매맞춤), 래커칠 등 점차 사라져가는 공예 기술을 보존한다. 예거 르쿨트르는 이 공예 기술을 단순한 장식의 수단이 아닌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다른 매뉴팩처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천문학적 시간을 재현하다

‘마스터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칼리버 945’는 브랜드의 대표 드레스 워치인 ‘마스터’ 컬렉션의 원형 케이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마스터 컬렉션은 심플한 타임 온리부터 복잡한 하이 컴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르는 브랜드의 핵심 라인이다.

제품명에 포함된 칼리버 945는 2010년 발표한 무브먼트로,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투르비용의 본 기능에 더해 항성일(23시간 56분 4초, 지구가 고정된 별을 기준으로 한 바퀴 자전하는 시간)에 맞춰 다이얼 위를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모 투르비용’을 탑재했다. 회전하는 투르비용 아래에는 스카이 차트가 놓여 있어 르 상티에 매뉴팩처 위로 펼쳐진 밤하늘의 별자리를 재현한다.

또한 이 무브먼트에는 미니트 리피터 기능이 더해졌다. 한 쌍의 해머가 사파이어 크리스털 소재의 공(gong)을 타격해 시각을 소리로 들려주는 이 기능은 극소수의 시계 브랜드만 구현할 수 있는 하이 컴플리케이션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메티에 라르 철학을 다이얼 위에서 구현했다. 미니어처 페인터가 수작업으로 그린 스카이 차트는 섭씨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는 그랑푀(grand feu) 에나멜링 기법으로 완성됐다. 스카이 차트를 에워싼 격자 구조물은 117개의 골드 구와 이를 잇는 선으로 이루어져 스카이 차트 위 별자리와 조화를 이룬다. 케이스를 뒤집으면 수동 방식 무브먼트가 드러난다. 부품마다 꼬뜨 드 제네브, 앵글라주, 챔퍼링 등 가공 장식을 추가해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모든 가공에는 장인의 숙련된 손길이 스며 있다.

기술 혁신의 상징이 된 아이콘

또 다른 모델인 ‘리베르소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칼리버 179’는 회전하는 직사각 케이스로 10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리베르소 컬렉션에 브랜드의 기술력을 응축한 작품이다.

리베르소는 1931년, 폴로 경기의 거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서 탄생했다. 케이스를 뒤집어 다이얼과 글라스를 보호하는 구조는 본래 스포츠 워치의 실용성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남녀 모두를 위한 다양한 모델로 진화하며 시계 업계의 상징적인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드는 1990년대부터 이 컬렉션에 복잡한 기능을 더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 이르러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컬렉션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다축 투르비용의 진가

칼리버 179는 2016년, 리베르소 출시 85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4세대 다축 투르비용(자이로 투르비용) 무브먼트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복잡한 시계 미학의 정수라 불린다. 일반적인 투르비용과 달리 다축 투르비용에는 밸런스 스프링이 회전하는 축이 여러 개 존재하며, 축마다 회전 속도도 다르다. 이는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극단의 조치다.

이 시계의 투르비용은 16초마다 회전하는 내부 케이지와 1분마다 회전하는 외부 케이지로 구성된다. 복잡한 구조만큼 투르비용 제작에만 123개 부품이 쓰였다. 무브먼트 전체 부품 수는 382개다. 회전 모습 또한 보통의 투르비용과 달라 마치 사람의 심장이 박동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계 양면에 꽃피운 장인의 예술혼

예거 르쿨트르는 2023년 리베르소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칼리버 179 모델을 처음 공개한 이후, 케이스 소재와 다이얼 장식을 다양화하며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이번 시즌 새롭게 공개된 모델은 아르데코 시대의 단색화에서 영감을 받아 다이얼을 블랙과 그레이 컬러로 채웠다.

전면 다이얼은 수십 개의 선과 면이 만드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성되며, 무브먼트의 일부까지 드러내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장인은 레이저 가공으로 파낸 200여 개의 면에 직접 래커를 채워 넣는다. 이후 폴리싱 가공 및 광택 처리까지 맡아 완벽한 평면 다이얼을 완성한다.

케이스를 뒤집으면 후면 다이얼이 드러난다. 스켈레톤 형태로 완성해 무브먼트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곗바늘마저 떠 있는 느낌이다. 플레이트를 비롯한 각각의 부품은 여러 가지 기법으로 장식됐다. 미세 입자를 분사해 표면에 질감을 살리는 마이크로 블라스팅, 모서리를 비스듬하게 다듬는 챔퍼링, 금속 결을 살린 샌드 브러싱이 대표적이다. 케이스 크기는 51.2ⅹ31㎜, 두께는 13.63㎜로, 입체적 다축 투르비용을 담고도 슬림한 비율을 유지했다. 브랜드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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