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승객에 공급만 두 배
항공사들 의무 증편 부담 가중
LCC 연쇄 철수 '이제 시작' 불과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이후 일부 국제선 노선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줄줄이 노선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부과한 시정조치가 오히려 대형 항공사(FSC) 중심의 독점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항공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조건으로 부산~다낭, 인천~괌 등 일부 국제선에서 2019년 공급석의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좌석 공급을 강제로 늘리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다낭 노선의 경우 2019년 56만600여석이었던 공급석을 올해 약 51만석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1~7월 공급은 16만3000석(32%)에 불과해 연말까지 상반기의 두 배인 34만6500석을 추가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A330 기재를 투입해 주 7회 운항으로 복항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역시 증편에 나서며 공급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객 수는 2019년 같은 기간 40만명에서 올해 21만명으로 반토막 났다.

인천~괌 노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9년 공급석은 87만9000석으로, 올해는 약 79만1600석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1~7월 공급은 29만6000석(37%)에 그쳤다. 연말까지 49만5200석을 추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부터 운항을 주 21회로 늘렸고, 진에어도 주 14회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여객 수는 2019년 66만9000명에서 올해 37만8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수요 대비 과도한 공급으로 LCC들은 줄줄이 운항을 포기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괌과 부산~다낭 노선을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도 10월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인천~괌 노선 티켓 판매를 중단하며 사실상 운항 축소를 검토 중이다. 해당 노선들 외 다른 노선의 축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마련된 시정조치가 오히려 공급 과잉을 부추기며 대형 항공사 중심의 독점 구조를 굳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도 나름의 계획이 있어서 해당 노선 감축을 선택했고, 그 자리를 LCC들이 진입해 나름대로 균형이 맞고 있었는데 공정위 조치 이행을 위해 공급석을 늘리면서 오히려 경쟁체제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또한 다낭, 괌 노선은 시작일뿐 다른 노선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토로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LCC들은 일본, 중국, 동남아, 미주, 유럽 등 행태적 조치가 부과되는 노선에서는 소극적으로 운항할 수밖에 없고, 노선 철수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남는 회사는 통합 항공사와 연관된 곳들밖에 없을 텐데 공정위 시정조치가 오히려 더 경쟁 독점을 공고하게 여겨지는 부작용이 된 셈이니 추가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