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 바꾸겠다”…야심만만 커머스 기술 회사들

2025-06-13

“언젠가 대상 한 번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대상을 거머쥔 김현종 위레이저 대표는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의 단골 손님이다. 올해로 다섯번째 열리는 피칭페스타의 본선 무대를 무려 세번이나 두들겼고, 결국엔 일등상을 받아냈다.

[관련기사: 올해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대상 ‘이노프렌즈·위레이저’]

위레이저는 ‘관세에만 집중하는 AI’ 기술을 만드는 회사다.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하루 50건 이상의 문서를 처리하긴 어려운데, 수출입 기업 열 곳 중 여섯은 심지어 관세 전문인력도 없다. 수작업 중심인 수출입 관련 업무를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동화하겠다는 것이 위레이저의 목표다. 상품 코드 분류, 관세 계산, 의견서 작성 등이 모두 AI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영역이다.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심사를 맡은 노범석 피앤피인베스트먼트 부대표는 “한국은 물론, 국경이 있는 모든 나라의 기업이 관세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관세는 굉장히 기술 솔루션이 필요한 영역이라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대상은 ‘이노프렌즈’가 받았다. 생산, 물류, 유통 간 데이터 단절, 상품 위변조 방지의 한계, OEM 생산의 불투명성은 모두 이커머스 시장의 페인 포인트다. 이노프렌즈는 이 모든 문제를 눈에 보이지 않는 ‘인비저블 QR코드(UR코드)’로 해결하려 한다. 어떻게? 제품 하나 당 하나의 코드를 부여해서다.

사람마다 고유한 지문을 갖고 태어나듯, 제품의 생산 단계부터 UR 코드를 부여해 상품 검증과 이동, 판매의 전 과정을 데이터로 쫓아 제품 관리를 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코드 하나를 만들어 실물 제품에 삽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90원. 정관장과 같이 개별 단가가 비교적 비싼 제품이 지금은 주로 쓴다.

하나 더 흥미로운 UR코드의 기능은 멀티 스캔이다. 바코드를 하나씩 ‘삑’ 찍는게 아니라, 수십개의 코드를 ‘삐비비비비비빅’의 속도 정도로 빠르게 훑는다. 상품관리와 물류에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김성수 이노프렌즈 대표는 “QR 코드로 결제되는 금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귀찮게 코드를 매번 찾아야 하거나 인식 실패율이 높다는 점, 사각형 모양에 갖혀 있어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어느 곳을 찍어도 빠르게 인식하고 디자인 퀄리티를 상승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강태욱 롯데벤처스 투자본부 책임심사역은 “인비저블 워터마크 시장 자체가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적용 가능한 기술인데, 이노프렌즈가 해당 기술을 분명히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본다”면서 “다만, 소비자가 해당 기술을 잘 인식하도록 마케팅을 한다거나 혹은 QR코드와 같은 범용성을 확보하는 등의 확장 방안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새봄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펀드매니저도 이노프렌즈를 두고 “B2B 시장 내 검증된 수요와 레퍼런스 확보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시장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커머스 피칭페스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AI기반 유통물류 혁신기술을 발굴하려 해마다 여는 경진대회다. 올해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마지막날인 13일, 본선 무대에 열 팀이 올랐다. 갓 창업한 회사부터 이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까지, 각자 나름의 기술을 들고 심사위원을 설득했다.

심사에는 노범석 부대표와 강태욱 책임심사역, 이새봄 대표펀드매니저를 비롯해 조재만 BNK벤처투자 상무, 김재은 카페24 플랫폼사업본부 그룹장이 참여했다. 이들 다섯 심사역이 열 팀의 발표를 듣고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가능성, 실행력과 구현 가능성 등을 중점으로 각각 점수를 줬다. 이를 합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대상을 받았다.

한편, 최우수상은 AI 기반 물류 최적화 플랫폼을 만드는 ‘센디’와, AI 챗봇 기반 대화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플랜비’가 차지했다. 센디는 10년 차로 물류에 잔뼈가 굵은 화물 플랫폼이다. 화주와 차주를 직접 매칭한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이 물류와 관련한 직간접적인 리소스를 모두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한다.

이날 현장에서 송용호 센디 전략기획팀장은 “배차가 됐는지, 운송은 잘 하고 있는지 등의 계속 확인해야 하는 관리 업무에 대한 부담이나, 운송 기사님들의 평균 수입이 떨어지고 있는 문제, 화주와 차주의 계약서 확인과 소통 등 여러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택 플랜비 대표는 AI 챗봇 기반 대화형 플랫폼 ‘민트’를 소개하면서 생필품 정보를 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쇼핑 자동화 서비스를 발표했다. 이 대표는 “생필품 사러 커머스 플랫폼에 들어가 검색하면 광고가 많아 어떤 것이 좋은 성분을 가졌는지, 싼 가격인지 알기 어렵다”면서 “그래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본선에 오른 또 다른 여섯팀도 모두 우수상을 받았다. ▲꾼(IoT 기반의 데이터 수집 기술을 활용해 전기화물차의 운행 및 배차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AI 물류 관제 시스템) ▲라라스테이션(AI를 기반으로 라이브 방송을 다국어 자막으로 자동 번역) ▲씨라이프사이언스랩(AI를 기반으로 수산물 공급망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유통 최적화) ▲씨티케이이비전글로벌네트웍스(AI로 상품 정보를 자동 번역·표준화, 상품 등록, 정산 자동화) ▲아웃컴(B2B 잠재고객 발굴 및 고객 맞춤형 메시지 생성) ▲핵클(맞춤형 메시지를 생성하고 마케팅 자동화) 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인터뷰해 연재한다.

박재영 KEA 상근 부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유통, 물류 산업에 AI 활용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KEA가 유통, 물류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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