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조기소집···야구 대표팀은 왜 1월 9일 출발을 선택했나

2025-09-05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준비 일정을 공개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첫 소집 일정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내년 1월9일부터 사이판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21일까지 10여일 동안 1차 훈련을 한 뒤 선수들은 소속팀 스프링캠프로 이동하고 이후 2월 15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다시 모여 2주 간 2차 훈련이 진행된다. 그 뒤 본격적인 대회 일정으로 들어간다.

과거 1월 중순부터 시작되던 프로야구 구단들의 시즌 준비 시작은 선수협의 비활동기간 준수 요구로 인해 한동안 2월로 늦춰졌었다. 그러나 144경기 체제에서 준비 기간이 부족함을 모두가 체감하면서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보다 일주일 빠른 1월말 캠프로 출발하는 추세로 전환됐다. 대표팀은 아예 그보다 2주 이상 빠른 1월초에 선수들을 모아 훈련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회 실패에서 찾은 답이다. 2023년 WBC에서 대표팀은 다시 1라운드 탈락 충격을 안았다. 잇달아 국제대회에서 실패한 대표팀은 당시 대회 뒤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대회 준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했다. 많은 선수들이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는 것이 KBO의 설명이다.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소집훈련 시작 뒤, 예상보다 준비 부족 상태로 온 선수들이 너무 많아 당황했었다. 특히 투수들의 상태가 전혀 올라오지 않았던 것은 캠프 시작 이후 내내 화두였고 대회에서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2023년 WBC 당시 대표팀은 여러 구단 캠프가 집결해 있던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훈련했다. 소집해서 훈련에 들어간 것은 2월15일이었다. 2월1일부터 약 2주간 소속팀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개별이동해서 합류한 뒤 10여일 동안 훈련하고 귀국해 일본으로 이동, 대회로 돌입했다. 그러나 대회 성적이 좋지 않자 훈련지가 너무 멀어 이동이 힘들었다는 점부터 여러 ‘핑계’가 등장했다. 그 중 선수들에게서 ‘준비 시간 부족’이라는 답이 나온 것이다.

2026 WBC 대표팀이 첫 소집을 1월초로 크게 당긴 이유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 1차 훈련 기간에는 본격적인 훈련이라기보다 선수들 몸 만드는 데 주력하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프로 중에서도 프로들만 뽑히는 WBC 대표팀에서 “몸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는 예상밖의 답이 나온 2023년의 경험을 토대로 2026 WBC 대표팀은 아예 스케줄을 전면 개편했다.

WBC는 야구 국제대회 중 가장 큰 대회다. 메이저리그가 축이 돼 개최하는 터라 메이저리거들도 각국 소속으로 대거 출전한다. 각국 대표팀에 대한 대우도 여느 대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많은 선수들이 “WBC만은 꼭 나가고 싶다”고 외치는 배경이다. 출전 의지만큼이나, 선발된 데 대한 책임감도 선수들은 가져야 한다.

그 시기가 시즌 시작 직전인 3월이라는 점은 큰 부담요소도 된다. 출전하고 싶어하는 선수들과 보내고 싶지 않아 하는 구단의 입장이 맞설 때도 많은 것이 WBC의 특성이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10개 구단 감독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서 대표팀 일정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 구단의 캠프를 시작하기 전 대표팀에 먼저 선수들을 소집하겠다는 계획과 그 취지를 알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KBO는 “10개 구단과 감독들 모두 동의했고 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WBC 초창기에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 야구는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2021 도쿄올림픽 메달 실패 등 뼈아픈 부진에 빠져 있다. 희한하게도 KBO리그 인기는 폭발 중이다. 지난해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뒤 올해는 그 기록까지 경신한다. 리그 인기가 치솟은 과정에는 실패한 국제대회 속에서 등장한 젊은 선수들의 영향이 없지 않다.

프로리그와 달리, 다시 도약해야 하는 한국 야구의 과제는 KBO나 대표팀 코칭스태프만이 아니라 프로 선수들과 구단이 같이 풀어야 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달리 병역 혜택이 없는 대회에서는 핵심 선수 선발에 난색을 표하며 진단서를 떼는 구단이나, “뽑히면 영광. 무조건 나간다”고 해놓고 막상 선발되니 “몸이 좋지 않다”며 발을 뺀 일부 특급 선수들의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대표팀이 판을 깔아주지 않아도, 일정에 맞춰 알아서 준비한 뒤 합류할 수 있을 정도의 책임감은 선수들이 가져야 한다. 결과에 따라 또 새로운 변명이 나오는 일도 없어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