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배상 법안 제정도 재추진…“정의 차원 국가 책임 묻고 싶다”
‘거창 양민학살 사건(거창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YK는 “거창 사건 희생자들 중 서울지회 유족 40명이 국가배상청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유족 40명은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총 56억 5000만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거창사건 희생자가 719명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소송 규모는 수백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법무법인 YK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전국의 유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집단 소송은 2018년 헌법재판소가 ‘민간인 집단 사망 사건 등에는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결정하면서 대법원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거창사건은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유족들의 청구 소송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뤄지게 됐다.
물론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이 진정 바라는 건 ‘거창사건 특별조치법’으로 국가 배상을 입법화하는 것이다. ‘보상’은 발생한 손해에 대한 재산상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면 ‘배상’은 국가의 위법행위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거창사건은 1996년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으로 추모사업 등 명예회복 조치가 이뤄졌지만 당시 법률에 사망자·유족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빠졌다.
이에 유족회측은 “금전적 배상도 함께 이뤄져야만이 어느정도의 명예획복도 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법안 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족들은 이제라도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하길 원하지만 국회에서의 관련 법안 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지역구 의원인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영 법무법인 YK변호사는 “거창사건에 대한 특별법 입법이 유족이 가장 원하는 것이지만 우선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사법적으로라도 피해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거창 사건 원고 모집을 통해 청구인이 대거 모이면 국회 입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정호 거창사건 희생자 서울유족회장은 “정부에서 흔히 말하는 유사사건은 다 처리해주면서 정말 타 유사사건과는 비교할수 없는 거창사건은 왜 처리를 안해주는지 답을 듣고 싶다”며 “생전에 이 억울함을 풀고 가야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 차원에서라도 배상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거창사건은 1951년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군이 공비토벌을 이유로 719명의 주민을 무차별적으로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학살된 주민 중에는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들이 313명이나 된다. 이들 어린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처참한 죽음을 당했다.
이용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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