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달러 이하 AI 칩 개발”…온디바이스 AI 상용화에 도전

2025-05-29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81〉 김수환 관악아날로그 대표

영화 그녀(Her)의 ‘사만다’나 아이언맨의 ‘자비스’같은 인공지능(AI) 비서는 실제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묘사된다. 이런 영화적 설정의 근간엔 온디바이스(On-Device·기기 내에서 AI를 처리) 음성 AI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휴대기기 내에서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줘서다. 김수환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관악아날로그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주는 음성 인식·합성용 신호처리 특화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IBM 왓슨연구소 연구위원(2001~2004)을 거쳐 2004년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강단에 서다 2018년 관악아날로그를 창업했다.

가전·로봇용 AI 칩 개발 전문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작동해

저가용 칩 대량판매 전략 추구

2018년 창업, 250억 투자 유치

관악아날로그는 이름 그대로 관악(서울대)과 아날로그(자연 신호)를 뜻한다. 빛·소리·온도 등 연속적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아날로그 IP(Intellectual Property) 기술이 핵심 경쟁력. 아날로그 IP는 센서가 감지한 신호를 디지털로 전환해 AI 칩이 실시간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칩은 지난해 로봇청소기·뷰티·스마트홈 기기에 적용됐고, 현재 양산을 앞두고 있다. 관악아날로그는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회사로, 생산은 외부 파운드리(위탁생산)와 협력한다. 최종 목표는 10달러 이하의 AI 칩 상용화.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공원 본관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온디바이스 AI가 필요한 이유

온디바이스 AI 칩에 집중하는 이유는.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기기 내에서 실시간으로 AI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소리·온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온전히 변환하는 신호 처리 능력이다. 관악아날로그는 창업 초기부터 아날로그 IP 기반으로 커왔다. 클라우드 기반 AI 칩은 개발 비용과 전력 소모가 커 비싸다. 온디바이스 AI 칩은 개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난감 제조사가 AI 기능을 넣고 싶어한다고 하자. 그런데 100달러짜리 제품에 클라우드 기반 500달러짜리 칩을 넣기는 어렵다. 하지만 10달러 이하 온디바이스 AI 칩이 있다면 충분히 넣을 수 있다. 실제 기업간 거래(B2B) 고객사들의 이런 요구사항이 많다.”

10달러 이하 AI 칩, 어떻게 가능한가.

“AI 칩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부품은 메모리다. 특히 DRAM(고속 데이터 메모리)과 NOR 플래시(코드 저장용 비휘발성 메모리)를 사용하면 단가가 확 올라간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 외장형 낸드 플래시 하나로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칩을 설계했다. 칩 안에 MPU(연산을 담당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MCU(기기 제어를 위한 마이크로컨트롤러)·PMIC(전원 관리를 담당하는 전력 관리 칩)를 모두 통합해 설계했다. 덕분에 메모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력 소모도 크게 개선했다.”

아날로그 신호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

관악아날로그만의 AI 음성 기술은 무엇인가.

“관악아날로그 AI 칩은 단순히 명령어를 알아듣는 수준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반응한다. 와이파이나 LTE 같은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작동한다. 네트워크 연결이 어려운 산업 현장이나 해외에서도 시장성을 갖췄다. 예를 들면 소음을 감지해 위험 신호를 바로 음성으로 안내하는 시스템 같은 경우다. 최종 목표는 ‘풀 듀플렉스(Full Duplex·동시 송수신이 가능한 통신 방식)’ 구현이다. 일반적인 음성 AI는 사용자가 말을 멈춘 뒤에야 반응하는 ‘하프 듀플렉스(Half Duplex)’다. 풀 듀플렉스 AI는 사람이 말하는 중에도 실시간으로 듣고 이해하며 동시에 반응할 수 있다.”

AI 연구에서 아날로그 신호에 주목한 이유는.

“IBM 왓슨 연구소에선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핵심 기술을 연구했다. 연구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디지털로 연산하는 AI가 실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실 세계의 아날로그 신호를 얼마나 정밀하게 디지털로 바꾸고 처리하는 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의 근접 센서나 로봇 청소기의 바닥 감지 등은 모두 극도로 미세한 신호를 정확하게 디지털화해야 한다. 관악아날로그의 기술이 이런 아날로그 신호를 잡음 없이 디지털 영역으로 변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AI가 사람처럼 ‘대화’하는 시대

창업 결심 계기는.

“IBM 왓슨 연구소 연구위원 시절, 1년 먼저 대만 국적의 동료가 모국에 돌아가 시스템 반도체 창업에 성공하는 걸 봤다. 그러면서 자연히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990년대부터 AI 연구를 하면서 한국이 연구는 잘해도 산업화는 약하다고 느꼈다. 귀국한 뒤 서울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제자들이 삼성·SK하이닉스 등에 취업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AI 칩을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래서 연구보다 유용한 AI 칩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빅테크 위주 AI 시장에 도전이 쉽지 않았을 텐데.

“실증 사업에 참여해 데모까지 진행했지만 한 투자 심사위원은 ‘스타트업이 무슨 AI 반도체를 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국내 AI 반도체 하면, AI 클라우드만 떠올리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AI는 반도체 대기업만 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AI에 관심 있다는 투자사나 정부 과제 심사위원들도 클라우드 AI만 바라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 AI 반도체 펀드 대부분이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나 GPU 프로젝트 중심으로 몰려 자금 조달이 쉽지는 않았다.”

기업공개(IPO) 등 목표는.

“향후 2~3년 안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로 증명하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매출로 증명해야 할 때다. 비싸고 멋있는 칩보다 많이 팔리는 칩이 중요하다. 대량 판매 가능한 저가형 AI 칩을 만들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 한다. 우리는 2019년 시드 투자를 받은 이후 2024년까지 누적 25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시리즈 A(약 70억 원), 시리즈 B(약 180억 원)를 마무리한 상태다. 현재는 가전·로봇·K-뷰티 디바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 AI 칩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예상된다. 앞으로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매출 기반을 확장한 다음 상장에 도전할 것이다.”

강건욱 서울대학교 창업지원단장

김수환 교수가 창업한 관악아날로그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 B까지 지속적으로 투자에 참여해 왔다. 연구실 기반 기술이 산업적 가치로 성공적으로 확장된 교수 창업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고광범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부장

관악아날로그는 아날로그 및 전력 반도체 기술 경쟁력은 물론, MCU와 AI 프로세서를 통합해 서버나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AI 연산이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에지 AI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서울대·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을 둔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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