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민의 한국전쟁
천자오빈 지음·박철현 옮김·빨간소금·3만원

항일전쟁(1937~1945)에선 소년병으로, 국공내전(1945~1949)에선 종군기자로 참전한 쉬광야오(徐光耀)는 문학도였다. 군에서도 틈틈이 단편을 써 신문에 투고했다. 두 전쟁이 끝나고 작가로의 길을 가게 된 날 그는 “아미타불”을 외쳤고, 일기에는 “찬란한 황금 같은 날”이라고 적었다.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자 그의 마음은 ‘중국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것’과 ‘군인으로 참전하는 것’ 사이에서 요동쳤다. 그는 일기에 “(북한을 도와) 전 세계 공산당이 한마음이라는 국제주의 정신을 체험해야 한다”고까지 썼지만, 결국 작가의 길을 택했다. 그가 한국전쟁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신의 애인이 전선인 한반도로 간 뒤부터다. 그에게 ‘국제주의 정신’은 조선에 있는 연인의 존재를 통해서만 비로소 구체적인 의미를 띠었다.
이 책은 쉬광야오 같은 지식인은 물론 노동자, 농민, 학생, 장병과 그 가족들이 한국전쟁에서 어떤 공포와 기대, 반대와 지지, 혼란과 화해의 감정을 경험했는지를 다층적으로 복원한다. 군인들은 “조선 (해방) 다음은 일본”이라며 자신만만해하기도, “준비 안 된 전쟁을 시작했다”며 마오쩌둥 주석을 원망하기도 했다.
저자는 “그동안 중국의 한국전쟁 연구가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군사·외교 엘리트의 결정 과정 중심으로 서술됐다”면서 “가장 먼저 체감하고, 직접적인 생활의 충격을 받고, 가장 현실적인 고민을 했던 보통 중국 시민들의 내면이 역사에서 지워져 왔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발굴한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전쟁의 실상과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다극세계가 온다
페페 에스코바 지음·유강은 옮김·돌베개·2만1000원

브라질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지금의 시대를 ‘다극 세계’와 ‘미 제국’의 대결로 규정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일대일로, 북·중·러 협력 등을 제3세계 지식인의 눈으로 분석한다.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중·러에 치우친 분석, 일방적인 주장이 많아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공전미래
커피리브레 지음·커피리브레·1만7000원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커피리브레가 커피로 이어진 이들을 인터뷰해 책으로 엮었다. 에티오피아·니카라과의 커피 농부, 일본의 커피 전문가,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채프)를 재활용해 쓰는 한국의 양계농장 등 커피의 생산·유통 전반에 관여하는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케이팝 응원봉 걸스
희주, 일석, 구구 지음·클레이하우스·2만원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시민들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케이팝 팬인 저자들은 당시 응원봉을 들고나온 여성 6명을 인터뷰했다. 응원봉의 빛이 같지 않듯, 이들 역시 단일한 집단으로 엮이지 않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들 간의 작은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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