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편결제 선불충전금, 가상자산 예치금 등 금융권에 각종 수탁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갑작스런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요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불거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간편결제 선불충전금 및 가상자산 예치금 등의 목적으로 은행권에 예치 또는 신탁되어 있는 자금의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은지 오래다.
올해 2분기 기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쿠팡페이 등 간편결제 4개사의 선불충전금 잔액 1조694억원, 지난해 기준 25개 가상자산 거래업자의 원화 예치금 10조7000억원 뿐만 아니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예치금, 여기에 앞으로 별도 예치가 의무화될 전자지급결제(PG) 업자의 정산자금 예치 예상액을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향후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머지포인트 사태로 대표되는 금융사고 이후 이같은 신종 금융상품에 대한 예치는 점차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고객 자금의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만 정작 자금을 예치한 사업자가 아닌 금융회사에 대한 별도의 소비자 안전 조치는 부재한 상황이다. 예컨대 갑작스런 뱅크런 등으로 인해 예치금을 맡긴 금융회사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거나, 파산에 이를 경우 별도 고객 명의가 아닌 사업자 명의로 맡긴 예치금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업자에 대한 보호한도 1억원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예금자보호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황순주 KDI 금융혁신연구팀장은 “별도관리는 고객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함으로써 피해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사전 예방책'이지만 아무리 예방을 잘하려고 노력해도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면서 “보다 효과적인 고객 보호를 위해서는 업체 파산 후 고객자금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예금보험공사 등 공적 기구가 보상하는 '사후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사까지도 예치금 별도관리 관련 사업을 새 먹거리 삼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예치금 규모가 증가하면서 은행 금리 대비 높은 예치금 금리 수익을 미끼로 내건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하나은행과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도입한 별도계좌를 통해 선불충전금을 관리하는 등 관리 방식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문제는 향후 이러한 예치금 시장이 은행이나 증권사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등 건전성이 다소 미흡한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사업자들이 은행 예금 대비 고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가장 안정성을 보유한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예치금 업무를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며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 예치보다는 안전하게 운용하면서도 시중금리 대비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신탁을 핀테크 기업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면서 “조각투자는 물론 다양한 신종 금융상품에 대한 신탁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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