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우리나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이번 관세가 한국의 오랜 관세, 비관세, 정책, 무역 장벽으로 인해 발생한 지속 불가능한 무역 적자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상호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됨에 따라 우리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실제 대통령실은 8일 오전 공지를 통해 “금일 오후 1시 30분 김용번 정책실장 주재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위해 급파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위성락 안보실장으로부터 실시간으로 협상 상황을 지속 보고 받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자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향후 한-미간 관세 협상에서 중요 변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1월 20일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26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해당 행정명령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허가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알래스카 주정부는 지난 6월 3~5일(현지시간)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콘퍼런스에 맞춰 한국 등의 고위급 통상 당국자를 초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줄곧 프로젝트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최근 관세 협상 시한이 정해지면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변수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 호르무즈 해협 등 기존 항로를 통한 LNG 등의 에너지 수입 경로는 전쟁, 현지 정치 불안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며 “반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완료 이후 신설되는 에너지 수입 경로는 안정성 측면에서 월등하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그룹인 ‘에너지 지배 위원회(NEDC)’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민관 합동 차원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철저히 분석한 뒤 향후 미국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써먹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美,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아시아 LNG 수출 교두보로 활용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 노스 슬로프(North Slope) 지역 유·가스전(Prudhoe Bay&Point Thomson)의 천연가스를 총 1287km 거리에 42인치(약 1미터) 규모의 신규 배관을 건설해 남부 니키스키(Nikiski)로 수송한 뒤 LNG로 액화해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으로 LNG를 수출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2년말 기준 전처리설비 101억달러, 가스배관 144억달러, 액화플랜트 184억달러 등 총 429억달러 규모의 사업비가 책정됐고 2032년부터 2052년까지 20년간 총 2000만톤의 LNG가 생산될 예정이다.
올해 1월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 AGDC(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미국 글렌판(Glenfarne)사(社)와 사업개발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의 투자 지분은 글렌판 75%, AGDC 25%다.
글렌판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지원 업체로 선정한 월리(WORLEY)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가스관은 2단계 걸쳐 건설될 예정이다.
먼저 1단계에서 조성하는 가스관은 노스 슬로프~앵커리지까지 약 765마일(1231km) 거리에 천연가스를 보낼 예정이다. 2단계는 니키스키에 있는 알래스카 LNG 수출 시설에 압축 장비와 쿡 인렛(Cook Inlet, 알래스카만 후미 지역) 아래 약 42마일(67km)의 파이프라인을 추가하면서 LNG 수출 시설과 동시에 건설할 계획이다.
◇ 우드 맥킨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지정학적 위치 강점…고 비용·자본조달은 과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근 발표한 분석 자료는 아직 공개된 것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월 천연자원 분야의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알래스카 LNG 경쟁력 분석(Alaska LNG Competitiveness Analysis)’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우드 맥킨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강점 요인으로 ▲대규모 자원 및 장기공급 능력 ▲물리적 강점 ▲지정학적 위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우드 맥킨지는 “알래스카는 수십 년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방대한 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 이는 아시아 주요 LNG 수입국들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어 “생산자와 수요처 간 단일 통제 라인, 지진 활동이 적은 지역, 파이프라인 건설 용이성, 해양 얼음이 없는 남부 해안 최단 해상 운송 경로 등은 프로젝트가 보유한 물리적 강점”이라며 “이 가운데 아시아 시장으로의 최단 해상 운송 경로는 다른 경쟁 프로젝트 대비 운송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아 특히 아시아 주요 소비국들에게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우드 맥킨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장기 가스관 건설 및 대규모 액화 시설 건설로 인한 높은 비용 ▲천문학적 초기 자본 투자에 따른 효율적인 자본 조달과 비용 관리 ▲재생에너지 전환 및 탄소 중립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결정은 향후 한·미 양국간 관세 협상에서 꺼낼 그 어떤 카드와 비교해도 긍정적인 효과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 전체 사업 참여보다는 액화 플랜트 시설 투자 등 제한적인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 1287km에 달하는 현지 가스관 건설 사업의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현지 인력 채용, 특수 장비 사용, 가스관 지하 매립 건설에 따른 지역별 환경 규제 등 투입되는 비용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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