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교황이 마주하게 될 교회와 사회의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다.
우선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선에 비판적인 이들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그걸 통해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며 그의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교회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현대화한다. 신자들이 교회와 세상에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이끄는 데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교황청과 지역 교회의 활동에서 평신도의 공동 책임성을 진작시키는 일 또한 꼭 필요하다.
교회의 라이프스타일을 사회적 약자들이 연대감을 갖도록 혁신하고, 젊은 세대가 교회 활동의 주역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받는 교회의 전통적 방식들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바꾸는 것도 시급하다.
교회 밖으로도 과제가 많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가자지구 전쟁, 주요 국가 간의 무역 전쟁, 날로 심화하는 사회적 불평등, 생태계 위기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숱한 도전들에 시대를 초월하는 가톨릭교회의 기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대응하면서 평화의 문화를 창달해야 한다.
21세기를 아시아의 시대라고 한다. 아시아는 가톨릭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역점을 두어야 할 대륙이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면서도, 가톨릭 신자는 이 중 3%가량에 불과하다. 그런 잠재력 때문에 일부 종교 전문가들은 가톨릭 교회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아시아 가톨릭 교회가 삼중(三重) 대화, 곧 아시아 종교들과의 대화, 아시아 문화들과의 대화, 아시아 백성들과의 대화, 특히 세계 빈곤 인구의 30%에 이르는 아시아의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에 힘쓰도록 아시아 교회를 독려하는 일은 새 교황의 중요한 임무다. 종교가 전쟁을 예방하기는커녕 전쟁의 원인이 되는 세상에서 다양한 종교 간에 다리를 건설하는 일은 가톨릭 교회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종교 간의 관용과 평화 증진에 이바지하게 된다.
또 하나, 평화와 화해의 중재자로서 교황의 역할은 한반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새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 사회의 인간화를 증진하고, 한반도와 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터이다.
마침 2027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가 열린다. 새 교황이 참석해 북한 청년들을 초청해서 만나는 날을 고대한다. 한반도 평화 건설의 물꼬를 트는 크나큰 축복이 될 수 있으리라.
이 모든 일이 더욱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새 교황께서 가급적 빠른 시기에 한국의 지역교회에서 봉사하는 추기경을 임명해 주실 것을 소망한다.
한홍순 전 주교황청 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