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K-방산을 세계 4대 방위산업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새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방산 수출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은 이러한 목표를 세운 이재명 정부로서도 다시 살펴볼 만한 자리였다. 특히 미래 해양 전장 환경의 급변 속에서 병력 자원 감소 등을 고려한 인공지능(AI) 활용 신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 함정 시장에서 주요 선진국은 일찌감치 함 운용 능력 향상에 집중해왔다. 미국은 감시·정찰, 전자전 기능을 수행하는 드론을 실전 배치 중이며, 영국은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를 시범 운용 중이다. 일본 모가미급 호위함은 전투지휘소를 360도 원형으로 설계해 전투 통제 기능을 극대화한 바 있다. 이런 트렌드에 맞게 새 정부가 AI 기술 등 국방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약속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1년 넘게 표류 중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이재명 정부 방산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완료하기까지 12년이 걸릴 만큼 우여곡절을 겪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선도함 운용은 2031년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대로는 ‘철 지난 구형 구축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
미래 전장 환경에서의 작전 운용 성능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지속된 저출산 상황 속에 2030년대 병력 자원 감소는 불가피하다. 현 설계대로 건조된다면 KDDX 승조원은 150여 명에 이른다. 참고로 프랑스 호위함(FDI)의 승조원이 110명,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이 90명 정도다. 필자는 1년 정도 추가 시간을 들여 최신화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비용이 추가 소요될 수는 있지만, 현재 KDDX의 노후화가 불 보듯 뻔한 현실에서 훨씬 합리적인 방식이다.
해군은 1년 정도를 양보하는 대신 최첨단 함정을 확보하게 되고, 조선 업체들의 수출 경쟁력도 강화된다. 전력화를 앞당길 방안도 있다. 기존 방식대로 상세설계 이후 선도함과 후속함을 한 척씩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사들이 함정을 동시 건조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원팀의 기조에도 부합한다. 이제는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2030년대 해양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KDDX를 적기 전력화해 해군력 공백을 막고, K-해양 방산을 이끌 대표 수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