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캐논이 21년 만에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을 가동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부상과 함께 주목받는 장비 수요를 겨냥해 본격적인 생산 확대에 나선 것이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캐논은 전날 일본 우쓰노미야시에서 반도체 노광장비 신규 제조동 개소식을 열었다. 캐논의 노광장비 신규 공장 건설은 2004년 8월 이후 21년 만이다. 설비를 포함해 500억 엔(약 465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신규 공장은 9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연면적 6만 7518㎡ 규모로 생산능력이 지금보다 50% 늘어난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핵심 장비로 꼽히는 노광장비는 웨이퍼에 회로를 정밀하게 그리는 전(前) 공정에 사용된다. 최첨단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으며,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한다. 캐논과 니콘은 2000년대 이후 미세화 경쟁에서 ASML에 밀리며 시장을 잃었지만 최근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함께 반도체 후공정도 주목받고 있다. AI 반도체는 고성능을 요구하지만 더 이상 회로를 미세화하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반도체 업계에서 프로세서나 메모리 등 여러 칩을 하나로 조립해 성능을 높이는 ‘후(後)공정’ 연구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칩과 기판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기판인 ‘인터포저’가 핵심 요소로 부상했고 이 구조에 회로를 그릴 때 캐논의 기존 노광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캐논은 이미 2011년 경쟁사에 앞서 후공정에 특화된 노광장비를 출시했다.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 개선을 이어온 결과 올해 말께 반도체 노광장비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9% 증가한 25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2020년 평균 약 90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캐논 관계자는 “최대 고객사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전 공정에서는 ASML 장비를, 후공정에서는 대부분 캐논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첨단 반도체 제조를 독점하는 대만 TSMC 역시 후공정에서 캐논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캐논의 경쟁사인 니콘 역시 2026년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에 후공정 장비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