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대표 취임 100일인데, 99일이든 100일이든 101일이든 의미는 없다고 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 100일 풍경은 역대 민주당 대표들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9일 기자간담회와 인터뷰를 모두 고사하고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과 함께 경기 용인시 소재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버려진 강아지들을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오늘은 말보다는 일을 하러 왔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극도로 자제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 찾아온 취재진에게 “주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것이 관례라고도 했지만, 대한민국은 관례 국가가 아닌 법치국가”라며 “취임 100일 기자회견 같은 건 필요할 때 하면 된다”고 못박았다. 양복 대신 운동복 차림으로 유기견 산책 봉사활동 및 현장 간담회에 열중한 정 대표는 보호소 관계자와 안락사 대책 등을 논의했다.
오후에는 소방의날 격려차 경기 용인시 소재 백암 119안전센터를 방문했다. 현장 설명을 들은 정 대표는 “뭐라도 하나 여러분을 위해 도와드릴 수 있는 걸 하고 가겠다”며 “여름에 벌집을 제거하는데 두꺼운 (구조복을) 입고 가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구조복 문제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 행보를 통해 ‘일하는 대표’ 면모를 보였다는 게 당 지도부의 설명이지만, 정작 이날 국회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를 둘러싼 여야 간 공세로 종일 시끄러웠다.국민의힘이“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 여부 밝히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정조준했고, 민주당에서는 정 대표 대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장동·대북송금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 추진을 예고했다.
지난 8·2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여당 대표로 선출된 정 대표는 취임 후 줄곧 “전광석화 폭풍개혁”을 강조하며 검찰·사법·언론을 상대로 한 ‘3대 개혁’에 집중했다. 수사·기소 분리가 골자인 검찰청 폐지법(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부쳤고, 방송 3법(방송법 개정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한편,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편안도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법 왜곡죄’ 도입 주장을 전하며 “동의”라고 적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당정 간 엇박자, 원내와의 소통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월 특검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와 공개 이견을 노출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추진하려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가로막혔다. ‘당원 민주주의’에 입각한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예고했지만, 최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를 둘러싸고 당내 ‘명청 갈등’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정 대표 취임 후 민주당 지지율은 40%대에 정체돼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가 상승세를 타는 국면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호응은 좀처럼 커지지 않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전주 대비 6%포인트 오른 63%였지만, 민주당은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한 40%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가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존재감을 최소화한 취임 100일을 보냈다는 분석에 당내 중론이 모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의 엇박자가 한두 번 더 불거지면 정청래 체제는 리더십 실패라는 당내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100일 동안 불거진 혼란과 한계를 수습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가 결국 정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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