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옷으로 비운 1년…이의리, 다시 마운드에 선다

2025-07-18

KIA타이거즈 이의리 선수가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홍철 기자

“KIA에서 45살까지 야구하고 싶다”

1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약 1년의 재활을 마친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이의리(23)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긴 침묵을 깨고 다시 마운드로 향하는 발걸음, 그의 표정에는 담담함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이의리는 오는 20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군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1군 마운드를 밟는 건 지난해 5월 29일 NC전 이후 약 1년 2개월, 417일 만이다.

“되게 짧게 느껴지는 1년이었다”며 운을 뗀 그는 “처음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준비가 잘 돼 있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야구를 멀리하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의리는 이번 재활 기간을 단순히 몸을 회복하는 시간에 그치지 않고, 마음까지 정비하는 계기로 삼았다.

“처음엔 야구를 일부러 멀리하려고 했다. 수술 이후엔 강박처럼 야구 생각에 사로잡힐까 봐, 게임을 하거나 형과 함께 옷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의식적으로 다른 데 관심을 돌리려 했다”며 “형이 옷을 워낙 좋아해서 내가 한번 해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도와줬다.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이처럼 야구와 일상을 분리해 집중과 이완의 균형을 찾는 ‘루틴’은 이번 재활 기간을 거치며 생긴 새로운 변화다.

그는 “이제는 야구할 땐 야구에만 몰입하자는 게 제 원칙이다. 그게 이번 복귀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복귀전 시속 150km “운이 좋았다, 감사할 뿐”

지난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최고 시속 150km를 찍은 이의리는 “그날 100% 힘을 다했다”며 “수술이 잘됐다는 걸 증명한 구속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보통 수술을 하고 나면 구속 회복이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나는 비교적 빨리 돌아와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건 몸의 균형과 밸런스, 그리고 자신감이었다.

“작년에는 건강했지만,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투구에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재활 기간에는 그런 부분을 다시 점검하고 정비했다.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고마운 사람 많았다…도규의 퍼포먼스에 감동”

동료들과의 교감도 이의리의 회복에 큰 자산이 됐다.

그는 “형들이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시간이 필요한 수술이고, 내 속도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며 “특히 (곽)도규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내 유니폼을 입고 올라가면서 말이 많았지만, 그건 정말 진심이 느껴졌고 멋진 행동이었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지금 내 역할? 내가 나서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

KIA는 현재 주요 투수 2명이 이탈해 있는 상황. 이의리는 복귀 시점에서 팀의 기대가 쏠리는 것에 대해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아직 첫 해 복귀이고, 관리가 필요한 몸이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저는 그저 내 경기에서 이기게 만드는 게 전부”라며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로 인해 등판 일정이 몇 차례 미뤄진 점에 대해서도 “지금 몸 상태가 좋아 아쉽긴 했지만, 순리대로 가려고 한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KIA에서 45살까지, 오래 야구하고 싶다”

이의리는 인터뷰 말미, 야구 인생의 목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KIA에서 45살까지 야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물론 잘해야 가능하다. 내가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꾸준히 잘해야 한다”며 “최형우 선배처럼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매 시즌 기량을 유지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선배를 보면서 동기부여가 된다. 진짜 나도 저렇게 오래 하고 싶다”고 웃었다.

현재 체중은 오히려 수술 전보다 줄었다. “음식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살이 빠졌다. 체지방은 5%, 체중은 2kg가량 줄었다. 옷도 더 잘 맞고 몸도 가벼워졌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다치지 않고, 즐겁게 던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내 몫을 다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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