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3차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완료했으나 석방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지는 등 휴전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하마스는 휴전 12일째인 30일(현지시간) 사전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 여군 아감 베르거(19) 등 이스라엘인 인질 3명과 태국인 인질 5명을 석방했다. 석방된 인질들은 국제적십자사에 인계된 뒤 이스라엘에 도착해 가족과 재회했다.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수감자 110명을 석방할 예정이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인질 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한 때 수감자 석방을 보류해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풀려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아르벨 예후드(29)가 적십자사에 인계되는 동안 몰려든 인파를 헤치고 걷는 등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됐고, 인질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 네타냐후 총리가 수감자 석방에 제동을 건 이유다. 인질들이 인계되는 과정에서 몰려든 군중이 인질들을 태운 차를 에워싸고 흔드는 등 한 때 소란이 이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보류하겠다며 “인질 석방 과정에서 보인 충격적인 모습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는 하마스 테러 조직이 상상보다 더 잔혹하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다만 이집트 등의 중재로 석방 연기 발표 3시간쯤 후인 이날 늦은 오후 수감자들이 풀려났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15개월간의 전쟁으로 거의 궤멸된 것으로 여겨졌던 하마스 무장세력이 인질 석방 과정에서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드러내자 크게 당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풀려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석방된 수감자들이 버스를 타고 서안지구 라말라에 도착하자 대규모 인파가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몰려 들었고,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향해 발포해 최소 14명이 총격으로 부상을 입었다. 일부는 이스라엘군에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풀려난 수감자 중 일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집트 등으로 강제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석방된 이들 중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알아크사 순교자여단’을 이끌었던 자카리야 주베이디(49)도 포함됐다. 주베이디는 2000년대 초 2차 인티파다(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운동) 당시 서안지구 제닌에서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한 공격 수십건을 이끌었던 인물로, ‘인티파다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는 석방 후 이스라엘군이 제닌 난민촌으로 복귀를 허용하지 않는 데 대해 “용이 그 땅의 주인이고, 사냥꾼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제닌을 근거지로 활동해온 그는 ‘제닌의 용’으로 불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