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LNG와 한·일 ‘에너지 허브’ 경쟁

2025-01-2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취임하자마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신규 수출 허가를 동결했던 전임자의 조치를 해제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 에너지부가 그동안 승인을 보류한 5건의 LNG 수출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 정확히 1년 전,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 역외 국가로 LNG를 수출하는 신규 프로젝트 허가를 중단했다.

미국은 이미 세계 1위 LNG 수출국이다. 2023년 세계 시장 점유율 22%로 이 시장의 터줏대감인 호주·카타르를 앞섰다. 이번 행정명령 같은 우호적인 환경 조성으로 2024년 8300만t 규모인 미국 LNG 수출 능력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해 그 입지가 강화될 것 같다. 더욱이 최근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발생한 천연가스 과잉 공급도 일부 해소되어,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이 촉진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산 LNG는 호주·카타르산 등과 달리 계약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LNG 수출프로젝트는 수십조 원 이상의 대규모 자본 조달이 요구된다. 이에 채권단은 안정적 수익보장을 위해 수출 계약에 경직적인 조항을 넣도록 강요한다. 대표적으로 LNG의 최종 목적지(항구)를 특정하는 ‘목적지 제한 조항’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인수자는 반드시 최종 목적지까지 가서 하역해야 하며, 원유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중간 기착지에서 중계거래를 할 수 없다. 다행히 미국산 LNG는 대개 이 조항이 없다.

현재 미국산 LNG 수출의 약 70%는 유럽이 목적지다. 유럽행 러시아산 천연가스 이송용 4개 파이프라인 중 야말과 노드스트림의 운영이 중단된 이후, 유럽은 미국산 LNG를 대량 수입해왔다. 더욱이 올해 1월 나머지 우크라이나 경유 파이프라인도 운영이 중단돼, 유럽의 미국산 LNG 수입 의존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은 다른 이유로 미국산 LNG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목적지 제한 조항이 없는 미국산 LNG를 대량으로 도입, 최근 천연가스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나 대만 등에 재판매로 차익을 남길 속셈이다. 일본은 이미 세계 최대 LNG 수입 인프라도 보유 중이며, 세계 2위 LNG 수입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가격협상력도 상당하다. 조만간 동아시아의 LNG 거래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사실 우리도 ‘LNG 허브’라는 명목으로 울산 북항이나 여수 묘도 등에 구축 사업을 해왔다. 실상은 주변 발전소 등에 자가소비용 천연가스를 대주는 인수 터미널에 불과하다. 지금 울산 남항 부지에 ‘동북아 에너지 허브’ 사업 구상이 진행 중이다. 일본 사례를 참조해 미국산 LNG 기반 거래 허브 구축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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