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P로서의 놀이문화 [‘K’ 놀이문화②]

2024-11-28

"한국 놀이문화의 근본은 공동체 의식"

"예능서도 '경쟁' 보단 관계에 초점 맞춰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문구는, 그저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문구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 사실상 특이하고, 이질적인 것은 비주류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금의 콘텐츠 한류 열풍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구가 됐다.

특히 한국의 놀이문화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는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챌린지, 패러디 등에 익숙한 세대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를 제시하면서 다양한 하위 콘텐츠가 재생산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다. ‘오징어게임’ 속의 놀이들이나, 로제의 ‘아파트’의 모티브가 된 ‘아파트 게임’이 챌린지, 패러디, 밈 문화로 발전하는 것이 그 예다.

이에 업계에서도 한국의 놀이문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 IP 개발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 작가는 “한국의 놀이문화는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접근성과 그로 인한 확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서 “이미 케이 콘텐츠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드라마, 영화, 예능은 물론 뷰티, 음식 등까지 큰 관심을 받는 것처럼 한국의 놀이문화도 충분히 플랫폼과 결합해 IP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콘텐츠 개발 과정에서 놀이문화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콘텐츠 속에서 ‘놀이’는 대부분 ‘게임’의 형태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선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고, 일종의 상금 획득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전통놀이다문화교육연구소 다놂 전영숙 대표는 “경쟁과 결과 중심인 스포츠와 달리, 놀이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의 특성상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한국의 놀이’라는 소재만 사용할 순 있지만, 그 안에서 놀이에 담긴 근본적인 공동체 의식 등이 담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놀이팀 김은주 팀장 역시 “한국의 놀이문화의 바닥에는 공동체 의식이 깔려 있다. 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그런데 콘텐츠 속에서의 놀이는, 경쟁 사회 안에서 지고 이기는 것에만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부나 상품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로 놀이문화를 지속해서 다룬다면 놀이 자체의 긍정적 요소들이 퇴색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과도한 경쟁의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이 아닌, 놀이 자체에 대한 즐거움, 놀이를 통한 관계 회복 등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바랐다.

전문가들은 현재 놀이문화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IP개발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일부 놀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을 담고 있는 소재의 다양성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팀장은 “대중가요나 뷰티, 음식 등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것과 달리 전통놀이는 사실상 열외 되곤 했다. 탈춤이나 강강술래 등 몇 가지만 중시되었지 서민, 민중의 놀이는 등한시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디어를 통해 사라져가는 전래놀이들이 회자가 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다. 앞으로도 특정 놀이에 한정되지 않고 한국의 다양한 놀이문화가 다뤄졌으면 한다. 콘텐츠 IP로서의 놀이문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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