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과잉 대응은 금물입니다. 트럼프의 의중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전략적 인내를 발휘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핵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 소속된 앤서니 김 연구원은 지난 23일 중앙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 관련 대응을 위해 미국 워싱턴에서 '2+2(재무·통상) 협의'를 앞두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플래넘 2025' 참석 차 방한한 그는 최근 관세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줄다리기를 일시적인 "난기류"(turbulence)에 비유하며 “한국 경제의 체질과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앤서니 김은 헤리티지재단에서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비교·분석하는 '경제자유지수' 연구를 주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꺼내 든 의도는 뭐라고 봐야하나.
무역적자 해소, 양자 협상에서 우위 확보, 중국 견제까지 아우르는 다목적 포석이다. 결국 핵심은 트럼프가 간지러워하는 지점을 긁어주는 것, 다시 말해 트럼프의 의중을 정확히 짚는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의 '최우선 협상 목표'(top targets)에 들었다.
'협상 1군'에 포함된 건 긍정적이다. 한국이 권한대행 체제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협상 의지는 분명하다는 신호다. 게다가 일본처럼 '1번 타자'는 아니기에 선례를 참고하며 전략을 조율할 여지도 생겼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상황을 보다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지나친 대응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 단기 처방보다는 전략적 인내와 유연성, 그리고 단계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협상 진행 과정에서 미국 측 전략의 윤곽을 파악하며 한국의 대응 가능한 반경을 파악한 뒤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 가는 과정 자체가 핵심이다.
트럼프는 '원 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을 주장하는데.
트럼프의 제안은 경청하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국의 단순한 교역 상대국이 아니라, 공동 투자와 공동 개발을 통해 더 큰 시장을 만들어갈 전략적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등 안보 이슈를 관세에 연계하는 것도 우려된다.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을 트럼프의 일방적 요구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미가 함께 큰 그림을 그리는 계기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는 1기와 어떻게 다른가.
경제팀과 안보팀 모두 응집력이 강화됐고 무역대표부(USTR)보다는 재무부가 더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수출뿐 아니라 금융에서도 강점이 있는 만큼 이런 추세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재무부 주도의 포괄적 협상 기조에서 공동 투자·개발 등 한국의 잠재적 역할을 부각해야 한다. 트럼프도 부동산 사업가 출신 아닌가. 단순한 제조업 무역수지 극복보다는 투자에 관심이 더 클 것이다.
트럼프식 관세율 계산법이 주먹구구식이란 지적이 있다.
그 자체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또한 출발점을 높게 설정해 놓고 협상의 여지를 확보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전략이기도 하다.

미·중 관세 전쟁은 계속 격화할까.
중국도 트럼프의 속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미·중 간 기 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면밀한 관찰과 유연한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
관세 폭탄을 맞은 다른 나라들과 연대는 가능할까.
직접 거래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연대보다는 양자 협상이 현실적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협상 테이블에서 감추기보단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주요한 카드다.
최근 미 국방부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북한 등 위협 억지는 동맹에 맡긴다는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헤리티지 재단의 보고서와 거의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미국의 전략적 초점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으며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을 핵심 동맹이다. 곧 나올 미 국방부의 공식 리포트도 한국을 전략적으로 소외시키는 방향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