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길면 뭐하나, 다 해외가는데”… 징검다리 연휴 웃지 못하는 사장님들

2025-05-01

긴 연휴기간 해외여행 수요 증가

내수 침체 겹쳐 카페·식당 타격

“매출 80%↓… 사실상 개점휴업”

“엿새 연휴인데 오늘부터 벌써 이 모양이에요. 완전 개점휴업이나 다름없죠.”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의 한 식당. 평소라면 점심을 먹으려는 인근 직장인 등으로 식당 안이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10여개의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30년째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했다는 김모씨는 “예전에는 연휴에 가족들 데리고 구경 나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그런 손님도 없다”며 “연휴가 되면 매출이 80%까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도 제대로 못 내는 상태”라며 “예전에는 밤 9∼10시까지 영업했지만 지금은 오후 3∼4시면 문을 닫는다”고 토로했다.

이날부터 대체휴일로 지정된 6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경기가 차갑게 얼어붙은 가운데 긴 연휴 기간 해외로 떠나는 시민이 늘면서 주요 상권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불과 200m 떨어진 카페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카페 사장 김나희(31)씨는 텅 빈 매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여기는 오피스 상권이라 회사원들이 중요하다”며 “평일 점심시간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보통 300명이 오는데 오늘은 비도 오고 연휴 시작이라 손님이 70%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연휴가 길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기 때문에 내수가 안 돈다”며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대체공휴일이 솔직히 안 지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임시 대체공휴일이 갑자기 지정되면 타격을 예상하지 못해 하루 매출이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징검다리 연휴가 여행업계엔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4월30일부터 5월4일까지 출발하는 패키지 해외여행 예약인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모두투어도 같은 기간 예약이 42% 증가했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국내 소비는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올해 설 연휴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통계청의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전후인 1월24∼31일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주 대비 34%나 감소했다. 연휴에 오히려 가계 지출이 감소한 것이다.

이예림·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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