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항체 주사 ‘베이포투스’의 원료 생산을 맡는다.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가 아스트라제네카(AZ)와 공동 개발한 의약품으로 삼성바이오와 사노피 간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예방적 항체주사제 ‘이부실드’를 생산했던 경험이 이번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사노피·AZ ‘베이포투스’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물량은 미국·유럽 시장에 공급하며 각국 규제 절차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사노피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부터 사노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일부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RSV 예방 항체 주사의 원료 생산을 맡게 된 배경에 과거 이부실드 생산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22년 아스트라제네카와 4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코로나19 예방 항체주사 이부실드를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한 경험이 있다.
예방 항체 주사는 백신과 유사하게 감염을 막는 기능을 하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백신이 인체 면역계를 자극해 항체(방어 능력) 생성을 유도한다면 예방 항체 주사는 이미 만들어진 항체를 직접 주입해 즉각적인 방어 능력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이 어렵거나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 영유아, 노인층에서 주로 활용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반 항체의약품과 예방 항체의약품은 모두 항체를 기반으로 해 생산 공정 자체가 크게 다르진 않다”면서도 “다만 예방 항체의약품은 투약 대상자가 질병이 없는 건강한 신생아나 노인인 경우가 많아 품질 심사가 보수적으로 이뤄져 과거 생산 경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최종 계약을 앞둔 제3바이오캠퍼스에서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는 물론 예방 항체치료제 생산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베이포투스는 현재까지 개발된 생후 12개월 미만의 모든 신생아와 영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RSV 예방 항체 주사다. RSV는 돌 이전 영아 3명 중 2명이 감염될 정도로 발병률이 높으며 감염 시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등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예방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은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이나 공공 지원을 통해 접종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올 초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국내 NIP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삼성바이오도 국내 물량은 별도로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판매는 사노피 한국법인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