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쌍방울' 선봉에 선 정운호…상폐 저지 가능할까[시그널]

2025-03-03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이 위기의 쌍방울(102280)을 인수하고 직접 대표이사로 등판하면서 그의 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쌍방울은 과거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뒤 김성태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까지 불거지며 풍파를 겪어왔다. 지난해엔 실적 적자전환하고 상폐 기로에 섰는데, 정 회장이 갑작스레 이 회사 경영권을 인수하고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 관심도 증폭되는 것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쌍방울은 회사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경영진 및 변호인단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7~25일 쌍방울 정리매매를 거쳐 26일 최종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회사가 상폐를 막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일단 상폐가 보류됐다.

앞서 정 회장은 자신이 지분 40%를 보유한 부동산 임대업체 세계프라임개발을 통해 쌍방울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다. 세계프라임개발은 직전 쌍방울의 최대주주이던 광림이 보유하던 지분 12.04%를 지난 1월 70억 원에 인수했다. 세계프라임개발은 7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를 KH그룹 측에 발행하면서 쌍방울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쌍방울은 이어 지난달 27일 실시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완전히 물갈이 했다.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사외이사 명단을 정·관계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최광해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양창신 전 대법원 법원부 이사관이 신규 사외이사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과거 정 회장의 과감했던 사업 실행력에 주목하면서 그가 위기의 쌍방울을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한다. 그는 2003년 더페이스샵을 창업해 뷰티 로드샵 선두권으로 올렸고 이를 LG생활건강에 매각하며 성공신화를 썼다. 이후 2010년 역시 뷰티 로드샵 네이처리퍼블릭을 창업해 이 회사를 업계 5위권으로 도약시켰다.

정 회장은 이번에 인수한 쌍방울을 과감하게 혁신해 강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씽방울의 5대 전략으로 ▲ 미래 지향 혁신 경영 ▲ 브랜드 재탄생 및 사업다각화 ▲ 재무구조 혁신 ▲ 인재 중심 조직 문화 혁신 ▲ 지속 가능 경영 및 사회적 책임 실천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 회장의 과거 원정 도박 사건과 '정운호 게이트'를 거론하면서 쌍방울의 재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견도 한다. 정 회장은 2014년 이 사건에 연루된 후 형사 및 민사 소송 등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해달라며 부장판사 등에게 1억8000만 원 상당 차량과 현금 등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고 2019년 12월 만기 출소했다. 2020년 3월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 재선임된 뒤 2022년엔 영업이익 2억 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 약 43억원을 내며 다시 주저앉았다.

세계프라임개발이 쌍방울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KH그룹에 손을 벌린 것도 업계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KH그룹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부당 낙찰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관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회사다.

또 쌍방울과 KH그룹은 각자의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상호 매수하는 등 복잡한 자금 거래로 얽혀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쌍방울의 위기가 김 전 회장의 '대북 송금 사건'에서부터 시작됐는데, 여전히 정 회장의 뒷배에 KH그룹이 있다는 점을 수상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