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활력 불어넣는 기업들
수익성 제고, 주주환원 정책 강화
AI 로봇 등 유망 기술에 투자 확대
사업 구조 재편, 신성장 동력 확보

“주가지수 5000시대를 활짝 열어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한 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벗고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업들도 뛰기 시작했다. 신성장 동력 확보부터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의 밸류업(Value-up) 전략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라는 두 가지 축으로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부문은 기술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성장 제품군을 강화해 고수익 사업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로봇·휴머노이드 등 유망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수도 추진한다. 기술 혁신을 위해 지난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고,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인 9조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SK그룹은 바이오·AI 등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나섰다. 예컨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경북 안동에 위치한 백신 생산 공장 ‘L HOUSE’ 내에 약 4200㎡(1300평) 공간을 신규 확보했다.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기대되는 폐렴구균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를 생산할 신규 공장을 발 빠르게 구축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AI 반도체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미래 생산 거점에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신규 메모리 생산 기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120조원 이상의 투자를 준비 중이다. 미국 인디애나 주와는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협약을 체결해 북미 지역 고객 협력과 AI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인디애나 팹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양산될 예정이다.
LG그룹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LG는 보유 중인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주(자사주) 605만 9161주(발행주식의 3.9%)를 2026년까지 소각할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져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배당 주기 역시 연 1회만 지급하던 결산배당 형식이 아닌 중간배당 정책을 도입해 연 2회 배당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도 밝혔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 중 절반인 50조원 이상을 미래 성장사업 및 신사업에 할당했다.
LG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사업 구조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장(자동차 전자장치)과 냉난방공조(HVAC) 등 ‘질적 성장’의 핵심축인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을 45%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지난 2021년 27% 수준이던 B2B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6%까지 올라갔다. 주주환원을 위해 창사 이래 첫 자사주 소각에도 나섰다. LG전자는 지난 24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보통주 76만1427만주(약 600억원 규모)를 이달 말까지 전량 소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투명한 주주환원 정책 확립에 힘을 쏟고 있다. 주주환원을 위해 올해부터 2500원의 분기 배당을 할 방침이다. 기존 분기 배당(2000원) 대비 25% 상향됐다. 현재 3년 평균 9~10% 수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5~2027년 3년 평균 11~12%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다. 더불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국내에 연간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20조4000억원 대비 19% 이상 늘었다.
포스코그룹은 사업 구조 전략을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중심으로 재편했다. 지난해 10월 인도 최대 철강그룹인 JSW그룹과 현지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올해 4월에는 현대차그룹과 미국 제철소 공동투자를 시작으로 철강 및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한다.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간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발표한 중기 자사주 소각 계획에 따라 2024년부터 3년간 총 6%의 보유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3월 10개 상장사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임명해 균형과 견제를 도모하는 제도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사외이사회를 단독으로 소집할 수 있으며, 경영진에 현안 보고 요구 및 의견을 제시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전 상장사에 전자투표를 도입해 주주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해양 등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예컨대 한화오션은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에서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GS그룹은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산업바이오·재활용·에너지 전환 등 그룹이 주목하는 미래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발굴,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주 친화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GS는 최근 3년간 평균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의 4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정책을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