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통일교 건물 옥상에 그려진 ‘욱일기’ 유사 문양을 두고 “불쾌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관할 구청이 시정 조치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1일 용산구에 따르면 최근 구민 이모 씨는 민원을 통해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39건물 통일교 옥상에 욱일기가 그려져 있다. 시정 명령을 내려 달라. 보기가 거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용산구 도시관리국 건축과는 해당 건물 관리 주체인 통일교 측에 문양이 외부에 보이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는 “귀하의 민원 사항을 통일교세계본부교회 측에 안내했다”며 “해당 문양이 보이지 않게 조치하도록 협조 요청했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통일교 측은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은 민원이 거듭 접수되자 통일교 측에 공문을 발송하고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별다른 대응은 없는 상태다.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이 문양이 설치된 건물은 한국 내 통일교 주요 성지 중 하나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천원궁 천승교회’다. 해당 건물은 부산 범내골 성지, 청평성지, 청파동 구 본부교회와 함께 대표적인 성지로 꼽힌다.

통일교는 2009년 2월 옛 용산구민회관을 850억 원에 낙찰받아 약 9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8,300㎡ 규모의 건물을 완공했다. 통일교에 따르면 이 건물의 당시 명칭은 ‘천복궁’(天福宮)으로, 통일교 신도뿐 아니라 불교·이슬람·천주교·유교 등 세계 각국 종교인을 맞이하기 위해 지어졌다.
한편 통일교는 일본 보수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11월 미국 CBS뉴스는 “1954년 창립한 통일교는 10년 뒤 일본에 지부를 창설했고 일본 보수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어“일본 내 통일교 신도는 60만명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신도는 10만명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 당시에도 통일교와 일본 자민당의 관계가 거론된 바 있다.
다만 통일교는 해당 문양을 1960년대부터 사용해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일교는 ‘말씀선집-통일기에 대하여’에서 “우주의 모든 것은 수수(授受)의 인연으로 창조됐다”며 “이 기는 우주가 인간이 살고 있는 태양계의 태양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것 같이 천주(天宙)가 하나님을 중심 삼고 구성돼 있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은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대외적으로 크게 노출된 것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통일교가 시정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