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김정임 시인의 ‘봄바람이 사나운 건’

2025-03-12

 ‘봄바람이 사나운 건’

 봄바람이 어찌 그리 변죽이 끓는지

 질투와 시샘에 눈이 멀어 그렇다고

 살얼음 핀 눈총을 받고

 마른 추위 견디며 고대한 봄이다.

 전령의 말을 빌리자면

 ‘겨울잠에 푹 빠진 오색빛 깨우려고

 서두르다 그랬다’지 뭐야

 깨워놓은 봄까치꽃, 광대나물꽃

 생강꽃, 산수유꽃, 수선화까지

 배가 고파 춘풍을 잘라먹었다네

 겨우내 텅 빈속을 달래며

 웅크린 몸속 흐르고 흘러

 화들짝 깨우는 낮은 물소리

 무거운 잠 떨치라는 시끄러운 쉰 소리로

 엉겨 붙은 겨울을 쫓으려다 그만,

 심장을 붙들고 눈물 글썽이며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쓰라려

 순한 봄바람이 그리 사나워졌다나 봐

 *김정임 시인의 시집 ‘숭어, 그 비릿한’에서

 김정임 <시인,정읍내장문학지 편집위원>  

 <해설>

 이 시는 일견 봄의 변덕을 나무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그 봄만이 지닌 생성(生成)의 힘을 칭송한다.

 오만방정을 떠는 듯한 봄의 부산스러움 덕분에 모든 화초들이 그 ‘춘풍을 잘라먹’고(3연) 각양각색의 오색찬란한 꽃들을 피운다.

 가히 ‘살얼음 핀 눈총을 받고 / 마른 추위 견디며 고대’(1연)할 만한 보람이 있다.

 ‘사나운’ 봄바람으로 인한 상처는 신생을 위해 감수해야할 통과의례의 고충에 불과하다. 그 모든 현상이 자연의 이법(理法)인 것이다.

 정휘립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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