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대체로 보합권에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5.60포인트(0.37%) 내린 4만4240.76에 마쳤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46포인트(0.07%) 하락한 6225.52로 집계됐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5.95포인트(0.03%) 상승한 2만418.46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7일) 한국 등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날에도 무역 관련 발표들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8월 1일로 연장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추가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구리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 같은 소식에 구리 선물 가격은 10% 이상 급등해 이날 사상 최고치를 가리켰다.
그는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의약품 관세는 세율이 200%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에 아마도 이틀 후 관세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주식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 직후에 비해 관세 불확실성을 소화하는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여건에서 이른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 매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월가의 주식시장 전망도 개선되는 추세다. 골드만은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기존 6100에서 6600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도 연말 S&P500지수 예측치를 5600에서 6300으로 높여 잡았다.
미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전장보다 2.2bp(1bp=0.01%포인트) 오른 4.417%를 기록했고, 장중 4.435%까지 치솟으며 지난 6월 20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는 1.7bp 오른 4.947%를 기록했고, 장중 한때 4.974%까지 오르며 6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2년물 금리는 0.5bp 상승한 3.909%에 거래됐다.
이날 무역 관련 발표들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부담 우려가 커진데다, 대규모 감세안이 불러올 부채 증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서의 매도세도 미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일본과 독일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면서 미국채에 대한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졌다.
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여파로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0.38% 상승한 146.625엔으로 마감됐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이날 기준금리를 3.85%로 동결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고, 이에 호주 달러는 1% 이상 급등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17% 오른 1.1729달러, 엔화 대비 0.58% 상승한 171.98엔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전망과 홍해 지역에서의 무장 충돌 재개,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2주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이날 배럴당 0.8%(57센트) 오른 70.15달러에 마감하며 6월 23일 이후 최고치를 이틀 연속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0.6%(40센트) 상승한 68.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유가 하락 여파로 미국 내 원유 생산이 둔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25년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홍해에서는 리비리아 국적의 그리스 선사 소속 화물선 '이터니티 C'호가 예멘 인근 해상에서 드론과 쾌속정 공격을 받아 선원 3명이 사망했다. 몇 달간 이어졌던 비교적 조용한 기간 이후, 하루에 두 건의 공격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해당 해역을 우회하는 에너지 수송선 증가로 물류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금값은 이날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주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금과 같은 무이자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이 주된 배경이다. 금 선물은 0.1% 하락한 3,338.20달러에 거래됐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2.21포인트(0.41%) 상승한 545.71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33.24포인트(0.55%) 오른 2만4206.91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7.65포인트(0.54%) 뛴 8854.18로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43.24포인트(0.56%) 상승한 7766.71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268.37포인트(0.67%) 오른 4만182.62에,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4.70포인트(0.03%) 전진한 1만4079.50으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과 각종 발표가 시장에 지속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가운데 유럽의 경우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안도감이 강해지는 분위기였다.
이날 트럼프는 EU에 서한을 보내기까지 이틀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 브뤼셀(EU)이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다"고 발언했다.
주요 섹터 중에서는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을 등에 업은 에너지 업종이 1.1% 올랐고,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 뛴 덕에 의료 섹터도 0.8% 상승했다.
인도 증시는 강보합을 연출했다. 센섹스30 지수는 0.32% 오른 8만 3712.51포인트, 니프티50 지수는 0.24% 상승한 2만 5522.50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금융주 강세를 상쇄했다.
금융 섹터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니프티 뱅크 지수는 0.54% 올랐고, 프라이빗 뱅크 지수와 금융서비스 지수도 각각 0.66%, 0.6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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