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유심(USIM) 해킹 사고 여파로 휴대폰 번호이동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고객 불만과 과도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가입자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일부 유통점에서는 이번 기회를 틈타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하는 등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일부 유통점은 지난 주말 삼성전자 갤럭시S25 울트라와 애플 아이폰16 프로 모델에 대해 50만원 수준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했다. 월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에는 기기값에 더해 역으로 페이백까지 제공하는 사례도 나왔다. 갤럭시S25 등 기본 모델의 경우 공짜폰을 넘어 차비폰으로 전락했다.
KT와 LG유플러스 경쟁사 일부 대리점에서도 프로모션 혜택을 높이면서 적극적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났다. 오는 7월까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효력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불법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이 공격적 보조금 정책을 꺼낸 것은 해킹 사태 이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26일 기준 SK텔레콤에서 번호이동 가입자가 1666명 줄었다.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한 감소세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는 각각 1221명, 445명 순증하며 SK텔레콤 이탈 고객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업계는 이번 사태로 통신 점유율 시장 판도에 변화가 나타날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부터 단통법 폐지 시행으로 지원금 한도 등의 규제가 사라지는 만큼 번호이동 고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선 이를 기회 삼아 가입자 유치전을 펼칠 수 있다. SK텔레콤도 가입자 방어를 위해 유심 무상교체와 피해 발생시 전액 보상 등 전사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실망한 고객을 대응하는 현장은 과부하 상태”라며 “고객 접점 채널의 혼선 및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직원이 적극 지원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