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기고] AI는 치료를 돕는 도구…진료 중심은 여전히 환자여야 한다

2025-05-25

기고

국내외 병원, 인공지능 빠르게 도입

빅데이터로 진료 사각지대 대응도

의료 현장은 현재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병원 곳곳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진단과 치료·운영 방식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의료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AI를 마주할 땐 경이로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됐지만, 기술이 전면에 나설수록 의료진이 지켜야 할 본질적인 역할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AI는 어디까지나 치료 과정을 돕는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순 없다. 의료 중심에 놓여야 할 것은 환자와의 신뢰, 공감, 연속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 중심 행위다.

AI의 가능성은 이미 국내외 병원에서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중환자실에 도입된 AI 시스템이 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응급 상황 발생 가능성 89%’라는 경고를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조기 대응이 가능해진 결과 환자의 심정지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이처럼 AI는 인간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진료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AI가 심전도, 혈액검사, 영상검사, 전자의무기록(EMR)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간 충돌이나 이상 징후를 감지해 정밀 진료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메이요 클리닉은 AI를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닌 치료 팀의 일원으로 본다.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 위에 올려진 ‘환자 중심 철학’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형 병원에만 해당하는 모습이 아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2차 병원에서도 AI 시스템을 도입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고 있다. 외래 환자의 유입 패턴을 분석해 진료 일정과 간호 인력을 자동 조정한 결과, 환자 대기 시간이 20~30% 단축됐다. 병동에서는 AI가 실시간 생체 정보를 분석해 낙상이나 급성 상태 악화를 사전에 경고한다. 정형외과 수술 환자에게는 AI가 회복 경로를 예측하면서 맞춤형 재활 계획을 제시해 준다. 고위험군 환자는 미리 식별해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고, 초진 환자의 경우 AI 문진 시스템이 사전 정보를 정리해 의료진이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진료의 질과 환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미래 스마트 병원은 진단과 치료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외래와 병동, 수술실, 재활실, 응급실 등 모든 부서가 하나의 데이터 기반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환자 한 사람의 여정을 중심으로 병원이 움직이는 구조가 진정한 스마트 의료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환자를 향한 진정성 있는 진료 철학을 중심에 두고 그 위에 AI 기술을 더한다면 병원은 오히려 더욱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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