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국제협력본부를 국제처로 승격시키는 등 컨트롤타워 개편에 나선 것은 다른 아시아 대학들과 비교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4년 사이 발표된 주요 글로벌 대학 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는 매년 지속적인 순위 하락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올해 6월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6 세계대학평가’의 경우 서울대는 2022년 29위에서 올해 38위로 9계단이나 추락했다.
세부 지표별 점수를 살펴보면 특히 ‘글로벌 기여도(Global Engagement)’ 관련 지표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서울대의 ‘외국인 교원 비율’ 점수는 27.5점, ‘국제 연구 네트워크 점수’는 77.6점이다. ‘학계 평판(99.7점)’ ‘취업 성과(100점)’ 등 다른 지표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낮은 점수다.
영국의 또 다른 고등교육 평가 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HE)의 순위 역시 국제화 수준 부진으로 인해 매년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5년 기준 서울대는 62위에 오르며 2022년(54위)보다 부진했다. QS와 마찬가지로 산학 협력(100점), 연구 품질(76.2점) 등의 세부 지표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국제화 지표가 44.9점에 그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시아권 대학으로 경쟁자를 좁혀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앞서 5월 발표된 ‘THE 아시아 대학평가 2025’에서도 서울대는 4년 연속 순위가 하락해 8위에서 15위까지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싱가포르·홍콩 대학 등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홍콩대는 2022년 QS 지표 21위에서 올해 11위로 4년 만에 10계단을 뛰어올랐다. 여전히 학계 평판, 취업 성과 점수는 서울대보다 낮지만 국제화 관련 지표들이 만점에 가깝고 실질적 연구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점수가 서울대보다 10점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중국 푸단대가 1년 만에 39위에서 30위로 치고 나와 서울대를 역전하는 등 평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중국·말레이시아·대만 대학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전년도보다 순위가 올랐다. THE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도 서울대와 다른 아시아 대학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해당 평가에서 올해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중국 대학은 25개에 달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일본 도쿄대 등도 지난해에 이어 톱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서울대를 포함한 한국 대학들만 꾸준히 순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대학혁신센터에서 발간된 연구보고서 역시 이처럼 국제적 경쟁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국제화 지표의 핵심 요소와 관련해 서울대도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이끌기 위해서는 국제처 신설과 더불어 국제기획력과 연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해외 대학과 전략적인 협력 체계를 맺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위해 국제처와 연구처 간 협업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글로벌 연구 파트너십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인 학생·교수들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도 서울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고서는 “외국인 연구자와 대학원생 유치를 위한 장학금·주거·연구지원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