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간 공급망 전쟁의 파고 속에서 포스코퓨처엠이 '탈중국'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90% 이상을 장악한 흑연 시장에서 2년 만에 독자 공급망을 완성하며 대체 축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8일부터 중국 정부가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고성능(300Wh/kg 이상) 리튬 배터리와 인조 흑연 음극재, 천연흑연까지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흑연에 대해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기존 관세를 포함하면 최대 160%까지 치솟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미·중 고래싸움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이 최대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그룹사 차원에서 '탈중국' 흑연·음극재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어온 덕분이다.
현재 전 세계 천연흑연의 97.6%, 인조흑연의 98.8%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세종공장에서는 연 7만4000톤의 천연흑연 음극재를, 포항공장에서는 연 8000톤 규모의 인조흑연을 생산 중이다. 이에 더해 천연흑연은 아프리카 모잠비크 광산에서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가공하고 인조흑연은 포스코 제철 부산물인 코크스를 활용해 원료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런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2023년에도 중국이 흑연 수출을 제한했지만, 당시 포스코퓨처엠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산 공급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회사는 당시 "사업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며 상황을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포스코퓨처엠은 사실상 중국산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에는 4361억원을 투입해 아직 중국에서 받아 가공하는 구형흑연 관련 생산시설 '퓨처그라프'를 설립했다. 2027년부터 연간 3만7000톤 규모의 구형흑연을 생산할 계획으로 천연·구형·인조흑연 전 공정을 모두 내재화하게 되는 동시에 원료부터 가공,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비중국형 음극재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독자 공급망 체계를 구축한 포스코퓨처엠은 이제 국내외 배터리사들의 새로운 선택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는 여전히 소수 물량만 포스코퓨처엠 제품을 사용하고 대부분을 중국산으로 조달하고 있어 공급망 재편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OBBBA의 PFE 규정이 본격화되면서 해당 규제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혜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변화를 재촉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수주 확대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14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6710억원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0월부터 2031년 9월까지로, 2011년 음극재 사업 개시 이후 최대 규모다. 탈중국 공급망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한 셈이다.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양극재를 담당하는 에너지소재 사업부는 지난 2분기 전년보다 47% 감소한 매출, 255억원의 적자까지 기록했다. 가동률도 2022년 67%에서 올해 상반기 3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본격 적용되면 중국산 제품의 실질 단가가 11% 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여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올해 4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 이후 포스코퓨처엠의 글로벌 수주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OBBBA의 PFE 요건과 북미 배터리 공급망 재편 흐름이 맞물리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