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의 철강업계가 모든 해외 금속 수입품에 대해 미국식 관세 부과를 촉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의 대량 유입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유럽의 철강 산업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독일 최대 철강 철강업체인 티센크루프의 임원 일제 헨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보호 장치 없이는 유럽 철강 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철강 수입량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유럽 내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이대로는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 모든 해외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지난 6월 3일 관세율을 50%로 올렸다. 영국만 에외로 인정해 25%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지만 당시에는 철강 관세율은 25%, 알루미늄은 10%였다.
유럽 철강업계는 그동안 매년 약 380만톤 정도의 철강(제품)을 미국에 수출했는데, 트럼프 관세 부과로 이 물량 대부분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유럽연합(EU)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방향을 틀면서 유럽 내 공급 초과 현상을 최악의 상태까지 몰아넣을 것이라는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의 철강산업협회인 유로퍼(Eurofer)에 따르면 EU는 작년 한해 280만톤의 철강을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판매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이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한 2012~13년의 두 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유럽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구조조정과 직원 감소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철강업계는 약 9만 명을 줄였는데, 작년에는 여기에 1만8000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티센크루프 역시 제철소 생산능력 축소와 직원 1만1000명 감축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을 포함한 11개 EU 회원국은 최근 철강 수입이 일정 한도를 넘을 경우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는 방안을 EU 집행위에 전달했다.
또 중국산 철강이 제3국을 거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식 '용해·주조(melted and poured)' 규정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규정은 철광석이나 스크랩을 용해서 쇳물을 만들고, 이를 주형에 넣어 주조하는 과정이 어느 나라에서 이뤄졌는지를 따지는 '원산지 판정 기준'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철강 반제품을 다른 나라로 가져가 단순히 압연하거나 가공만 한 뒤 "그 나라 제품"이라고 속여 수출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EU 집행위는 이번 3분기 말까지 수입량을 제한하는 새 규정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미국이 단기간 내 예외를 허용하거나 쿼터를 열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실질적인 방어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산업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T는 "철강 산업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의 광범위한 경제적 침체를 마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주요 중공업 중 하나지만 철강업계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헨네는 "유럽에서 계속 자동차가 생산되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유럽의 철강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면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