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우주 나이 9000만 년 '최초의 은하'를 발견했다?!

2025-11-24

[비즈한국] 우리는 얼마나 먼 우주까지 볼 수 있을까? 우주에서 먼 곳은 곧 먼 과거를 의미한다. 이것을 룩백타임 효과라고 한다. 더 멀리 바라볼수록 빅뱅 직후 우주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태초의 어둠에 다가간다. 태초의 순간을 보기 위해 망원경은 계속해서 더 먼 곳을 겨냥한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최소 10억 년은 넘긴 이후를 주로 볼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이 제임스 웹의 데이터에서 적색편이가 무려 32에 달하는 은하를 포착했다. 이 값이 맞다면 이 은하는 우주의 나이가 겨우 9000만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다. 현재 우주 나이의 고작 0.6%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것이 맞다면 우리는 정말 우주 태초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아직 이 은하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이번 발견 전까지 제임스 웹이 포착한 가장 먼 은하는 MoM-z14였다. 지난 4월 제임스 웹은 먼 은하에서 날아온 희미한 빛을 포착했다. 이 은하의 적색편이는 14.44 정도다. 그 빛은 우주가 탄생하고 겨우 2억 8000만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의 빛이다. 초기 우주에 살던 원시 은하인 만큼 크기는 굉장히 작다. 크기가 겨우 240광년밖에 안 된다. 24만 광년이 아니라 240 광년이다. 질량도 태양 질량의 1000만 배 정도다. 우리 은하 곁을 도는 작은 소마젤란은하 수준이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할 수 없다. 이 작은 원시 은하들은 분명 우주가 아주 어렸을 때 존재했다. 즉, 우주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이미 꽤 많은 은하들이 빚어진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임스 웹이 올라가면서 천문학자들은 태초부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은하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태초의 은하가 처음 탄생한 메커니즘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빅뱅 직후 곧바로 별과 은하가 만들어지지는 못했다고 생각했다. 태초에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한 후 한동안은 별도 은하도 없었다. 적어도 4억 년 정도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하나둘 물질이 모여들고 별과 은하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을 거라 생각했다. 빅뱅 이후 2억 년이 지나서야 최초의 별이 탄생하고, 4억 년이 지나서야 은하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최초의 별과 은하가 탄생한 ‘우주의 새벽’이 끝나고 별과 은하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그런데 최근 제임스 웹이 ‘새벽’ 이전에 이미 별과 은하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연이어 보여줬다. 우주는 우리 생각보다 아주 이른 시점부터 꽤 완성된 세계였다는 충격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것.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 적색편이 32 은하를 발견한 것이다.

이건 그동안 관측할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수준이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이 관측한 희미한 스펙트럼을 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그 적색편이가 32에 달하는 아주 극단적인 수치일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존 신기록 MoM-z14보다도 2억 년 더 앞선 은하다. 우주가 고작 9000만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 이미 우주에 은하가 있었다는 말인가! 이 태초의 은하에는 이탈리아 산의 이름을 따서 ‘카포타우로(Capotauro)’라는 별명이 붙었다.

카포타우로는 제임스 웹의 NIRcam을 통해 F115W에서 F444W 사이 적외선 파장 범위에서 총 일곱 가지 파장의 필터로 촬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파장이 긴 F444W과 F410M 파장에서만 이 천체가 보인다. 파장이 더 짧은 F356W 이하 필터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적색편이를 너무나 심하게 겪어서 파장이 아주 극단적으로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파장에 따라 갑자기 천체의 빛이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것을 드롭아웃이라고 한다. 제임스 웹 이미지에 나타난 적외선 영역의 극단적인 드롭아웃으로 미루어 이 천체가 굉장히 극단적인 적색편이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파장이 더 짧은 허블 우주 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보면, 일반적인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 영역에서는 이 천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흐릿하고 어두운 천체다 보니 스펙트럼에 노이즈가 굉장히 심하다. 천문학에서는 다양한 온도와 화학 성분을 머금은 별들이 함께 모여 있는 다양한 모델을 가정하고, 어떤 가정이 실제 관측된 스펙트럼 형태와 가장 잘 부합하는지를 찾는 방식으로 은하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이때 BAGPIPES, ZPHOT 등 다양한 피팅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이번 분석에서는 워낙 신호가 흐릿하고 어둡다 보니 알고리즘에 상관없이 불확실한 결과가 나왔다.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첫 번째, 적색편이가 32에 달하는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 존재한 아주 밝은 은하라는 가설이다. 사실상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 끝에 있는데도 희미하게나마 보이려면 그 실제 밝기가 어마어마하게 밝아야 한다. 그 질량만 태양 질량의 10억 배 수준이어야 하는데, 사실 이건 초기 우주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덩치다. 이 정도로 육중한 질량을 가지려면 우주가 적어도 수억 년은 되어야 가능하다.

우주가 고작 9000만 년밖에 안 된 시점에 이렇게 덩치 큰 은하가 존재하려면, 태초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별이 만들어지고 은하가 만들어졌어야 한다. 이런 폭풍성장을 위해서는 사실상 그 은하가 품고 있는 모든 가스 물질이 순식간에 100%의 효율로 다 별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건 현재 모델에선 절대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항성 진화 모델에 따르면 별은 언젠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초기 우주라면 별은 더 무겁고, 더 수명이 짧다. 더 빠르게 진화를 마치고 폭발해야 한다. 이런 초신성의 폭발은 다시 주변 성간 물질 온도를 뜨겁게 달구고, 이후의 별 생성을 억제한다. 그래서 보통 은하 안에서 가스 물질이 별로 만들어지는 효율이 10~20% 안팎을 유지한다. 100%에 가까운 극단적인 효율을 만들기 위해선 은하 안에서 한 번 태어난 별이 절대 폭발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한데, 이건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다른 가능성은 최근 제임스 웹에서 흔치 않게 포착되는 작고 어두운 붉은 점, LRD(Little Red Dots)의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다. 제임스 웹은 사진마다 구석구석에 LRD가 계속 숨어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아직 그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우주 끝에 숨은 두터운 먼지로 감춰진 원시 은하일 수도 있고, 높은 밀도의 가스 껍질 속에 초거대 질량 블랙홀만 품고 있는 일명 블랙홀 스타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천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카포타우로가 블랙홀 스타이더라도 그렇게 이른 시점에 존재하는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

두 번째 가능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가설도 있다. 워낙 관측 데이터에 노이즈가 심하다보니 스펙트럼 피팅은 전혀 다른 가능성도 제시한다. 적색편이가 훨씬 작은 10 정도에 놓인 조금은 평범한 은하일 가능성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짙은 먼지로 둘러싸인 채 중심에 육중하고 난폭한 블랙홀을 품고 있는 활동성 은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에서 갑자기 천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극단적인 드롭아웃은 이런 활동성 은하 모델만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아예 더 시시한 가능성도 있다. 훨씬 가까운, 우리 은하 이내의 코앞 거리에서 우주 공간을 떠돌던 어두운 갈색왜성이나 떠돌이 행성을 보고 착각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이렇게 코앞의 우주 공간을 떠도는 어둡고 붉은 별들이 우주 끝자락의 은하 흉내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갈색왜성이나 떠돌이 행성의 대기 성분 때문에 스펙트럼의 특정 구간에서 갑자기 빛의 세기가 약해지고, 극단적인 드롭아웃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아주 극단적으로, 표면 온도가 300K 수준(지구 온도!)밖에 안 되는 Y형 별이라면 비슷한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있다. 초기 우주의 원시 은하를 찾으려는 천문학자들이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방해꾼들이다.

카포타우로는 그 스펙트럼만큼이나 정체가 정말 애매하다. 그리고 매우 극단적이다. 우주의 나이가 고작 9000만 년밖에 되지 않았을 당시 우주의 가장 어리고 서툰 모습을 간직한 초기 원시 은하이거나, 아니면 고작 지구에서 50광년 떨어진 코앞의 우주 공간을 떠도는 아주 미지근한 갈색왜성이거나.

카포타우로가 은하인지 아니면 행성인지, 떠돌이 별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선명한 스펙트럼을 얻어야만 한다. 물론 거리가 멀고 빛 자체가 희미한 만큼 유의미한 스펙트럼을 얻기까지는 더 관측해야 한다. 다만 제임스 웹은 워낙 인기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희미한 빛 하나만을 관측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을 할애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 난감한 점은 애초에 이 천체가 아주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에서만 겨우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허블 우주 망원경을 비롯한 다른 망원경으로는 애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천체를 볼 수 있는 도구는 제임스 웹뿐이다. 따라서 제임스 웹이 앞으로 얼마나 이 천체를 볼지에 따라서 이 천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달라진다.

참고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날마다 우주 한 조각’,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 ‘갈 수 없지만 알 수 있는’,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진짜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코스미그래픽’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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