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거점을 놓고 러시아의 집요한 공세를 버텨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지상 드론이 새로운 생명줄로 자리매김했다. 땅 위를 움직이는 로봇이 보급병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전장이 우크라이나에서 펼쳐진 것이다.

2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른바 ‘랜드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지상차량(UGV)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요충지 포크로우스크에서 보급 임무를 수행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포탑이 없는 소형 궤도 전차처럼 생긴 이 로봇은 자전거도로를 지날 수 있을 만큼 작다고 한다. 주로 한밤중 투입시켜 러시아군의 눈을 피해 보급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BBC는 우크라이나의 한 부대가 운용하는 테르미트라는 이름의 UGV의 활약상을 예로 들었다.
200㎏ 무게의 물·탄약·연료 등을 싣고 차량으로 전선 가까이 이동한 테르미트는 어둠이 깔리면 차량 밖으로 나와 수㎞ 떨어진 조종수의 신호를 기다렸다 최전선 진지로 빠르게 이동한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BBC에 “포크로우스크 최전선으로 가는 보급의 약 90%가 지금은 UGV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이 로봇들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해주는 우리 군의 미래”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일부 여단은 이미 지난해부터 해당 UGV를 도입해왔지만 포크로우스크 전투가 격화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BBC는 “공중 드론을 만들던 기술자들까지 UGV에 위장 도색을 입히고 통신 장비를 추가하는 등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UGV의 실전배치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데는 포크로우스크의 절박한 전황이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 중심부까지 파고든 상황에서 도심 거점을 사수해야 하는 우크라이나군으로선 보급선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상대의 움직임에 드론과 박격포 등이 사정없이 쏟아지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는 보급선을 유지하기 위해 UGV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수 있다. BBC는 포크로우스크 전황에 대해 “도시로 향하는 통로에 러시아군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장갑차량을 이용한 접근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UGV라고 해서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 무인체계 책임자는 BBC에 “평균적으로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UGV는 세 대 가운데 한 대 정도”라고 말했다. 확률은 떨어지지만 치열한 격전지를 소수라도 뚫고 보급선을 지킬 수 있다면 물량공세도 해볼 만하다는 뜻이다.

BBC는 포크로우스크 전투를 놓고 ”UGV가 대규모로 투입된 첫 번째 전투로 기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폭 드론과 포격을 앞세운 적의 공세에 열세를 면치 못할 때 UGV가 어떤 활로를 마련할 수 있을지 포크로우스크의 우크라이나군이 시범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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