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부터 전세계가 AI 열풍에 휩쌓여 있다. AI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AI는 경쟁력과 혁신의 아이콘에서 국가나 기업의 생존 문제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거의 모든 기술·산업 이슈를 하나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어느 곳에든 닿거나 영향을 미치는 핵 분열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AI 업계·정책 당국이 유심히 뜯어보고, 대비해야 할 두가지 신호가 잡힌 것은 시사하는바 크다. 온통 AI 일색인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분명하게 그 흐름을 주도하는 파도와 방향을 읽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세계적 컨설팅그룹 KPMG가 지난 연말 전세계 기업 리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68%가 해당 기업의 AI투자에 대한 수익을 입증해 보이라는 주주와 투자자의 요구를 '매우 중요'하게 또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른바 AI 열풍속에 무턱대고 투자부터 했다가 엄청나게 인플레이션 돼 있는 초기 투자비만 허비하고, 결국 빈손 효과에 그칠 경우 경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점을 인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AI 시대 또한 ROI(Return on Investment) 중요성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분명하다.
또 하나의 신호는 챗GPT 열풍 진원지인 오픈AI로부터 나왔다. 오픈AI는 13일(현지시각) '경제 청사진'이라는 보고서 형태의 제언을 통해 미국이 AI 주도권을 유지, 제고시켜 나가기 위해선 대규모 펀딩을 비롯해 정부 규제 최소화, 지원 위주 정책과 제도를 주문했다. 글로벌 AI 리딩 기업으로서 곧 시작될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해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오픈AI가 미국판 초격차 전략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봉쇄 전략을 대놓고 언급한 점이다. 그러면서 반도체, 데이터, 에너지 3가지 분야 투자확대를 주문했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과 직접 연결될 뿐 아니라, AI 파생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수 있는 적잖은 함의를 갖고 있다.
AI는 급속 팽창중이다. 세계 산업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구심을 잡아나갈 것으로 예견된다. 미국의 자국 주도 AI 흐름은 앞으로 더 공고하고 무차별하게 닥쳐올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자력을 키울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큰 파도와 흐름을 이용하는 전략이 어쩌면 더 유효할 수 있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