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아니면 말고’식 제재에 기업들 골병… 혈세도 줄줄

2024-07-01

10년간 과징금 환급액 1조4000억

SPC 등 굵직한 사건들 줄줄이 패소

기업 4곳 중 1곳에 과징금 돌려줘

환급 가산금만 1155억… 稅 낭비 지적

기업들 “긴 싸움에 기업 이미지 실추

무리수 아닌 신중한 법리 검토 필요”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SPC·쿠팡·SK 등과의 법정공방에서 잇따라 체면을 구기면서 한국 규제 당국의 무리한 ‘기업 제재’ 관행에 대한 비판이 세지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10년간 기업에 부과했다 토해낸 과징금 환급액이 1조4000억원 이상이라는 팩트도 이를 방증한다. ‘아니면 말고’식 처분으로 기업에 ‘불공정 거래’ 딱지를 붙였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1일 세계일보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10년간 공정위가 국고로 귀속시켰다가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기업에 돌려준 환급액은 1조4670억6000만원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기업에 환급하게 된 과징금 액수는 731억1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1년간 환급액(752억9000만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자 격인 과징금 환급가산금도 지난 10년간 1155억1400만원에 이른다. 공정위가 패소할 경우 소송 전 우선 징수했던 과징금을 기업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데, 이에 더해 기업의 과징금 납부 시점부터 반환 시점 기간에 대한 법정이자까지 환급가산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 환급가산금은 국가 재정으로 충당한다. 무리한 행정처분이 ‘혈세 낭비’로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위는 행정소송을 거쳐 평균 기업 4곳 중 1곳에 과징금을 돌려주고 있으며, 2018년부터 계류 중인 불복소송 205건 중 일부라도 패소 판결이 나오면 공정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정은 더 좋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과징금 규모가 커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았던 주요 사건에서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법정공방이 이어진 끝에 지난달 17일 공정위가 SPC그룹이 계열사 SPC삼립을 부당 지원했다며 부과한 과징금 647억원이 전액 취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여기에 SPC 측에 소송비 배상은 물론 지난 4년 동안 쌓인 환급가산금까지 물어줘야 하는 처지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환급가산금 이율은 연 3.5%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올해 △에버그린(해상운임 담합·33억9900만원) △쿠팡(거래상 우월 지위 남용·32억9700만원) △최태원 SK그룹 회장·SK(사익 편취·각 8억원) △지멘스 한국지사(거래상 우월 지위 남용·4억8000만원) 등과의 소송에서 서울고법으로부터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들었지만,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지난달에는 쿠팡에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 혐의로 1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공정위는 또 한 번 대형 공방을 예고했다. 당시 이는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단일 사안에 대해 부과받은 과징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는데, 공정위 최종 심의일이 지난해 7월에서 지난달로 늘어난 만큼 과징금이 1659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 앞에서 철저한 을(乙)의 위치인 기업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혐의를 벗더라도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울뿐더러 이 과정에서 기업 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계상 기업 4곳 중 1곳은 ‘누명’을 쓰고 긴 싸움을 하고 있다. 소송비와 인력 손실은 물론 망가진 평판을 회복하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며 “공정위가 1심 판결과 같은 권한을 가진 만큼 신중하고 면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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