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원 기간제 연구원 채용 때
석사학위 소지자 조건 미충족
외교부는 위반 행위 없다 판단
“적격자 없어 자격요견 변경
채용권자의 인사재량권 범위”

고용노동부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딸의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국립외교원이 채용절차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외교부의 채용절차법 위반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고, 채용 당시 국립외교원과 외교부가 채용을 강요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3일 이러한 조사 결과를 신고인과 피신고인에게 통보했다.
앞서 민주당은 심 전 총장 딸 A씨가 2024년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2025년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동청은 당시 국립외교원은 채용 공고에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로 명시했는데, A씨가 ‘석사학위 예정자’인데도 지원해 합격한 것이 채용절차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노동청은 A씨가 석사학위 자격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두고 “각 채용 단계는 이전 단계의 적격·합격 요건 충족을 전제로 진행되므로 최종합격자 발표 이후의 ‘채용일’을 기준으로 한 자격 요건 적용은 전형 단계의 취지와 구직자의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성 및 예측 가능성 등에 반하게 된다”며 “자의적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채용 광고 내용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자격 요건의 확장·적용으로 인해 일부 구직자에게는 이익이 되나, 기존 자격 요건을 충족한 구직자 입장에서는 기존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A씨가 합격하여 절차적·결과적 불이익이 발생했다”며 “구직자 상호 간 이·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했다.
노동청은 “‘석사학위 소지자’ 다수가 지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석사학위 예정자’까지 포함해야 할 만큼의 불가피한 사유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석사학위 예정자의 지원에 대해 채용공고에 명시하지도 않는 등 채용 공고를 변경한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채용절차법 제4조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노동청은 박철희 당시 국립외교원장이 채용을 강요했는지는 “객관적 물증이나 구체적 진술 및 정황 등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채용 강요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과정에선 채용절차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외교부가 1차 채용공고에서 자격 요건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로 명시했다가 2차 공고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해 A씨 맞춤형으로 바꾼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A씨가 ‘실무경력 2년 이상’이라는 자격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청은 “(1차 공고에서) 적격자가 없어 재공고를 통해 새롭게 자격요건을 변경하여 구직자를 선발하는 것은 채용권자의 인사재량권 범위 내의 사항으로 채용절차법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교부 채용 매뉴얼 상 경력·경험에 대해 명시적 규정이 없고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채용절차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국립외교원과 외교부 관계자가 채용을 강요했는지도 “객관적인 진술 및 정황 등이 발견되지 않아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노동청은 국립외교원의 채용절차법 위반에 대해 지난 7월 법무부에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한지’를 질의해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채용절차법 위반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해선 국립외교원과 외교부에 별도로 권고했다. 노동청 조사 결과와 별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