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투자 경색 등으로 이어졌던 부침을 딛고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급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기록한 데다, 투자 혹한기에서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비만, 치매 치료제가 국내외에서 시장을 주도했다.

30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VC(벤처캐피털)의 바이오업종 신규 투자금액은 1조 520억 원이다. 지난해 연간 바이오업종 신규 투자금액 1조 695억 원에 육박한 것이다. 12월 투자분까지 더해지면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1조 677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2022년(1조 1058억 원) 수준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섹터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올해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성과가 두드러진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비공개 계약 규모를 제외한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총 계약 규모는 약 150억 3000만 달러(21조 5200억 원)로 추산된다. 이전 최고치인 2021년 14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내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모달리티(치료기법)와 적응증은 단연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비만이었다. 이는 지난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주요 발표주제이기도 했다. 매년 1월 개최되는 이 행사는 글로벌 빅파마의 전략 발표와 유망 바이오텍 파트너 미팅이 함께 진행돼, 그해 제약바이오 시장의 투자심리와 기술 트렌드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항암제 ‘정밀유도탄’ ADC, 기술수출과 임상 봇물
항체에 페이로드(약물)을 링커로 결합해 암세포만 정밀 타깃하는 ADC는 제약바이오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항암제 모달리티다. 다이이치산쿄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2019년 12월 출시된 이후 글로벌 ADC 치료제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올해 엔허투 4~9월 매출은 3184억 엔(2조 93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에임드바이오와 인투셀이 ADC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에임드바이오는 올 1월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헤이븐과 10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ADC 신약 후보물질을 각각 기술수출했다. 바이오헤이븐과 계약 규모는 비공개이지만 베링거인겔하임에는 9억 9100만 달러(1조 4000억 원)이라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지난 4일 공모가 1만 1000원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에임드바이오는 지난 3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조 6954억 원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 18위에 자리매김했다.
인투셀은 지난달 미국에 이어 이달 ADC 신약 후보물질 ‘ITC-6146R’의 임상 1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승인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개발 중인 ADC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미국에 임상 1상시험 계획이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ADC 신약의 본격적인 임상개발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상장한 인투셀은 시가총액 8611억 원으로 2025년을 마감했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에서 신약개발사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서진석 대표는 연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DC 신약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올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5월 식약처로부터 각각 CT-P70에 대해 비소세포폐암 등 고형암 치료를 위한 임상 1상시험 계획을 승인받고 개발이 진행 중이다. 9월에는 식약처에서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대장암 등 진행성 고형암 치료를 위한 CT-P73의 임상 1상시험 계획도 승인받았다.
ADC 치료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CDMO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트랙 연설자로 나서 ADC 전용 생산시설 가동과 수주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자체 개발 ADC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를 처음 선보이며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 향후 완공할 국내 송도 공장을 연계한 ADC 생산전략을 소개했다. 종근당 자회사 경보제약도 2027년 8월 CDMO 사업의 본격 시작을 위해 현재 ADC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전쟁, 제형·장기지속형 경쟁
올 하반기는 비만치료제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았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국내명 마운자로)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글로벌 매출을 앞지르면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 화이자 등 후발 기업의 진출까지 맞물리면서 비만치료제는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내년에도 상반기 먹는 위고비가 출시되고, 하반기 일라이릴리의 먹는 비만약 ‘오포글리프론’ 등 복용 편의성이 높아진 치료제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주도권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비만치료제 개발 성과도 두각을 보였다. 한미약품은 지난 17일 식약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평택 스마트공장에서 자체 생산해 위고비, 마운자로 등 외산 비만치료제와 달리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달 FDA에서 차세대 비만치료제 ‘HM17321’의 임상 1상시험 계획도 승인받아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체중을 감량하면서도 근육을 늘리는 획기적인 기전을 지녀 최초 혁신신약(First-in-class)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동제약과 디앤디파마텍은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ID110521156’을 개발 중인데 지난 9월 임상 1상 톱라인 결과 발표에서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 글로벌 임상 2상 시험 진입과 기술수출을 동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디앤디파마텍은 파트너사 멧세라의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멧세라는 지난 10월 49억 달러(7조 256억 원)를 제시한 화이자에 인수됐다. 하지만 노보노디스크가 뒤늦게 멧세라 인수에 뛰어들었고 치열한 경쟁 끝에 화이자에 100억 달러(14조 원) 규모로 인수가 확정됐다. 디앤디파마텍은 멧세라에 다수의 주사용 및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다. 펩트론도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구애가 뜨겁다. 장기지속형 약물전달기술 ‘스마트데포’에 대한 일라이릴리의 기술평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화 시대 난제 치매, 조 단위 기술수출 잇따라
ADC, 비만 외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를 향한 관심도 높았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제약바이오기업의 도전이 활발하다. 이중항체 개발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는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의 난관으로 꼽히는 BBB(뇌혈관장벽) 투과율을 높이는 셔틀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로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4월 GSK에 30억 2000만 달러(4조 1000억 원), 11월 일라이릴리에 25억 6200만 달러(3조 750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해 올해에만 8조 원에 육박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올렸다.
아리바이오는 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ADQ 산하 제약사 아르세라에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을 6억 달러(8200억 원)에 기술수출했다. 현재 13개국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톱라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델과 오스코텍도 지난 16일 사노피에 ADEL-Y01을 10억 4000만 달러(1조 4992억 원)에 기술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산업 환경에서도 큰 성과를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골든타임에 진입했다고 본다”면서 “몇 년 안에 가시적인 도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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