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주축으로 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내세웠다. 중국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과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LGD, 차세대 OLED 격돌…XR부터 車 디스플레이까지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K-Display 2025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가 사흘간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이번 전시회는 국내·외 143개의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 및 소재·부품·장비사가 참여해 582개의 전시 부스를 운영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혼합현실(XR) 기기용 초미세 올레도스(OLEDoS) 등 차세대 디바이스에 적용될 혁신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픽셀 크기를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구현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다. 기존 제품 대비 50% 밝아진 6000니트(1니트는 촛불 한 개 밝기) 밝기의 마이크로 LED 스마트워치용 디스플레이도 최초로 선보였다.

특히 무편광판 OLED 기술 ‘LEAD™’와 폴더블 OLED 브랜드 ‘MONTFLEX’를 앞세운 스마트폰, 모니터, 태블릿 제품을 통해 중·소형 OLED 시장에서의 우위를 강조했다. 이날 부스에선 영하 20도 냉동고 속 아이스크림 옆에서 폴더블폰을 반복해서 접고 펴는 테스트를 진행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과 대형 OLED를 전면에 내세웠다. 부스 중앙에 설치된 차량 모형에선 현존 최대 크기인 57인치 차랑용 곡면 디스플레이와 천장에서 화면이 내려오는 32.6인치 슬라이더블 OLED 기술을 선보였다. 차량 내부 나무 원목처럼 보이는 내장재에서 각종 정보가 나타나자 관람객들이 놀라기도 했다. 플라스틱 OLED(POLED)에 나무 무늬 화면을 띄워 평상시엔 실제 내장재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1998년부터 이어진 OLED 기술 개발의 이정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OLED 헤리티지’ 공간도 별도로 조성해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다. 세계 최초로 대형 OLED 패널을 개발한 역사를 비롯해 업계 최초로 ‘프라이머리 RGB 탠덤’ 기술을 적용한 최신 4세대 대형 OLED 패널을 함께 선보였다. 최대 720Hz(HD)의 초고주사율을 구현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OLED 모니터 패널도 최초 공개했다.
중국 추격 속 국내 소부장, 내수·수출 이중고
다만 중국의 거센 추격에 국내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이 주력하는 스마트폰·모니터·태블릿·차량용 OLED 분야에서 최근 2~3년 사이 중국의 점유율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우려가 컸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장할수록 국내 주요 고객사의 수요는 줄고, 중국 수출마저 어려워지는 ‘이중고’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김종범 에이치엔에스하이텍 상무이사는 “중국 BOE는 생산 라인의 절반 이상을 국산화하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안다”며 “아직 기술력은 미흡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어 5년 안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레이저 커팅 장비를 개발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에도 납품했지만 현지 기업들이 기술과 장비를 내재화하면서 공급이 아예 중단됐다”며 “이런 전략으로 중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LG·삼성, LCD 특허 거래로 中 견제
한편 중국 견제에 대응해 국내 기업 간 협력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LCD 관련 특허 수십 건을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대형 LCD는 이미 양사가 사업을 접은 분야이기에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코리아 원팀’처럼 협력할 수 있다”며 “LG는 유휴특허를 정리하고, 삼성은 필요에 따라 사들인 윈윈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중국 BOE 등은 LG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IPS 기반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BOE와 벌이고 있는 OLED 특허 분쟁에서 LCD 관련 특허가 향후 협상 등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