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슈퍼센티네리언의 비결

2025-04-08

인간은 누구나 무한히 살고 싶어 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중국의 진나라 시황제는 불로초를 먹고 영생을 꿈꾸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애석하게 오십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가 만약 현세를 살았다면 백세를 넘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백세시대는 결코 허상이 아니다. 20세기에 100세 이상 인구는 9만 2000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62만 1000명으로 증가했고, 2050년에는 370만 명이 될 전망이다.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나 116세까지 살았던 일본 남성 기무라 지로에몬, 118세까지 살다간 프랑스 여성 뤼실 랑동, 그리고 117세까지 살다간 미국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는 100세 보다 훨씬 더 살았다. 현재 세계에서 최고령은 116세인 브라질의 수녀 이나 카나바로 루카스이며, 그 뒤를 영국 남성 에델 캐터햄과 일본 여성 오카기 하야시가 115세로, 독일 여성 샤를로테 크레치만과 프랑스 여성 마리-로즈 테시에가 114세로 쫓고 있다. 이들처럼 건강히 110세를 넘긴 사람을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이라고 부른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기대 수명은 71세이다. 그렇다면 이들 슈퍼센티네리언은 평균 수명보다 무려 40년을 더 사는 셈이다.

이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바르셀로나대학의 유전학자 마넬 에스텔러와 그의 연구팀은 가장 최근까지 생존한 모레라 할머니의 케이스를 실험 분석하였다. 이 할머니는 스페인 카탈루냐로 돌아와 간호사 생활을 하였다. 그녀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겪었고, 1918년 스페인 독감과 2019년 코로나19를 겪었지만 별 탈 없이 잘 이겨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소화 시스템, 더 정확하게는 위와 장의 벽에 서식하는 장내 미생물총이 좋았다. 그녀의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이 소화뿐만 아니라 면역과 정신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모레라 할머니의 미생물 군집 구성은 또래가 아닌 유아의 미생물 군집과 더 유사하였다.

또한 이 할머니는 부모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녀의 생물학적 나이는 또래의 그것보다 17세 더 젊었다. 이는 심혈관 질환, 치매 및 노화와 관련된 기타 장애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보다 중요한 건 그녀가 일상을 잘 관리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규칙적으로 걸으며 신선하고 제철인 다양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시리얼, 콩류, 견과류, 씨앗류, 올리브 오일, 생선과 해산물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붉은 육류나 유제품은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 특히 3명의 자녀와 20여명의 손자와 증손자 등 대가족과 함께 풍요로운 사회생활을 유지한 것도 비결로 파악되었다.

이 분석 결과는 모렐라 할머니가 타계하기 직전인 2023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생존자로 인정받았을 때 자신의 장수 비결로 꼽았던 요인과 매우 유사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무병장수 비결로 ‘질서, 평온함, 가족 및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 자연과의 접촉, 정서적 안정, 걱정 없음, 후회 없음, 큰 긍정성, 독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을 들었고 무엇보다 ‘행운과 좋은 유전적 요인’을 들었다. 장수는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다. 유전학, 식단, 미생물, 생활습관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분도 슈퍼센티네리언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이 점을 잘 살피고 실천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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