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입원환자 구강위생관리 참관기

2025-03-05

[특별기고①] 영산대학교 치위생학과 김민정 겸임교수

입원 및 재가환자의 구강위생관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Oral Rehabilitation Society(대표 오상환)’에서는 Basic, Advanced 1·2 및 Special Course까지 이수한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일본 현지를 방문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해외연수에는 총 6명이 참가했으며 일본 히로시마대학교(이하 히로시마대)를 방문해 ICU(중환자실) 입원환자 구강관리시스템 및 요양시설 등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본지는 이들의 참관기를 총 2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다음은 히로시마대 구강보건학과 및 히로시마대치과병원 참관기이다.

- 편집자 주

입원환자 구강위생관리

히로시마대 구강보건학과에는 입원환자 구강위생관리를 배울 수 있는 실습실이 있었다. Nursing and Oral Care Room 실습실은 병실환경을 재현한 공간으로 약 8개의 입원병동 침대가 배치돼 있다.

침대간 간격은 휠체어 이동이 용이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각 침대에는 환자복을 착용한 환자 마네킹이 배치돼 있었고 침대 옆 테이블에는 이동식 흡인기가 구비돼 있었다. 연수팀은 이 실습실에서 중환자실(ICU) 환자의 상태에 따른 구강위생관리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입원환자의 구강위생관리는 전신상태와 구강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되며 치과위생사는 마스크와 보안경 등 개인방호구를 착용한 후 휴대용 라이트를 활용해 환자의 구강상태를 점검한다.

이후 편측마비 환자이거나 스스로 움직임이 제한되는 환자들의 상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에 따라 환자위치를 조정하는 법 등을 배웠다. 환자자세 확보 후 ▲스펀지 브러쉬 ▲구루리나 칫솔 ▲구강용 티슈 등을 사용해 구강청결을 유지하는 과정을 배웠다.

치과위생사들이 환자의 구강관리 방법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관리, 환자체위 조정, 구강기능평가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프로그램 등을 전반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령자 체험 프로그램

히로시마대에서는 학생들에게 고령자의 구강건강문제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고령자의 신체적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령자 체험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고령자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시각 시뮬레이터를 사용,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인해 색각과 시야가 제한되는 상태를 체험하고 청각 시뮬레이터를 통해 고음역이 들리지 않는 노인성 난청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오십견 시뮬레이터와 척추후만증 시뮬레이터를 착용해 노인들의 신체적 불편을 직접 체험하며 지팡이를 활용한 보행실습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연수 참가자들은 노인들이 왜 걸음이 느려지고, 또 앉고 싶어 하는지를 몸소 체험해보면서 노인환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실습은 단순한 지식전달을 넘어 실제 임상현장에서 노인환자들을 대하는 태도와 공감능력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기능식 체험 실습

연수 프로그램의 하나로 입원환자와 연하곤란 환자를 위해 판매되는 기능식의 조리과정과 먹어보는 실습도 진행됐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단계별 유동식(기능식)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며 연하장애가 있는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단과 식사지원 방법을 학습할 수 있었다.

연하곤란 환자용 식사(일본에서 판매되는 유동식 포함)를 직접 시식해보면서 환자의 필요에 맞는 식사의 점도, 농도, 맛, 영양구성 등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 실습을 통해 환자의 연하능력에 따라 식사의 형태를 조절하는 방법과 삼킴장애를 고려한 식단구성을 등을 학습했다.

유동식 제품은 젤리형, 퓌레형, 점도가 낮은 액체형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었으며 환자의 개별상태에 맞춰 선택이 가능했다. 연수팀은 기능식의 점도와 질감을 직접 확인하고 연하장애 환자의 섭취방식에 따라 적절한 음식선택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히로시마대치과병원, 환자 중심의 진료환경

초고령사회로 먼저 진입한 일본은 구강건강관리에서도 환자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히로시마대치과병원을 방문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치과병원의 설계부터 진료운영 방식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자의 편의성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고려한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진료접수 및 대기 시스템

히로시마대치과병원 1층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접수기능의 키오스크에서 카페에서 흔히 사용하는 진동벨 형식의 휴대전화기를 환자마다 개별지급하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의 차례가 되면 해당 휴대전화기를 통해 안내를 받고 진료실로 이동하게 된다.

우리나라 일부 대학병원도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아닌 휴대전화기를 활용한 호출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환자의 이동동선을 세심하게 설계한 것도 특징적이었다. 특히 휠체어나 입원환자들도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넓은 복도와 자동문이 배치돼 있었다. 병원 내부는 감염예방을 고려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세면대와 손소독기 역시 손을 직접 대지 않아도 작동하는 시스템이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바닥의 색깔선으로 진료과를 구분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이는 글자를 읽기 어려운 환자나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배려로 보였다.

진료실 내 감염관리 시스템

진료실 내부에서는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모든 유니트체어에는 구강 외 흡입기가 설치돼 있어 진료 중에 발생하는 에어로졸을 즉시 제거할 수 있었다. 또한 공용 기구세척실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의료진이 환자마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치과위생사의 역할과 치과병원 시스템

히로시마대치과병원에서는 치과위생사가 환자의 구강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담당하고 있었다. 치과위생사는 단순히 칫솔질을 돕는 역할이 아니라 환자의 전신상태 및 구강건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구강위생관리 계획을 수립하면서 아울러 병원 내 다양한 직군들과 협력해 환자의 구강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글을 마치며

일본은 고령자 치료를 위한 전문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치과위생사가 고령자 구강위생관리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 있으며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도 고령자 구강건강교육을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특히 히로시마대치과병원에서는 치과위생사가 고령자의 구강위생관리를 담당하는 역할이 뚜렷이 구분돼 있으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고령자의 맞춤형 구강건강관리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병원 내에서는 치과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적 구강건강관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상담과 교육이 진행됐다.

또한 치과병원 내에는 환자들이 손쉽게 구강위생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제품이 비치돼 있었다. 칫솔과 치약, 구강세정제 등 다양한 구강위생용품들을 진료대기 공간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어 환자들이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초고령사회에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히로시마대의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실습 환경은 치과위생사가 단순한 진료 보조가 아닌 전문적인 구강건강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으며 치과병원의 환자 중심 시스템과 철저한 감염관리 체계는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만큼 치과계가 고령자 구강건강관리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치과의료진 및 연구자, 정책입안자들이 협력해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보다 효과적인 고령자 구강건강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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