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불 피해를 입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공짜 밥’을 나눠주는 푸드트럭이 등장했다. 푸드트럭의 주인 역시 산불로 집을 잃은 피해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공짜 타코 트럭’을 운영하는 대니얼 솀토브(36)의 이야기를 보도하며 “집은 잃었지만 희망은 잃지 않은 요리사” “본인도 산불 피해를 입었지만 이재민과 구조대원들에 희망을 전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요리사인 솀토브는 지난 7일 LA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로 집을 잃었다. 임신 중인 아내와 이 지역으로 이사를 온 지 여덟 달 만이었다. 곧 태어날 아기가 쓸 방과 주방을 직접 꾸미는 등 애정을 쏟은 집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고 한다. 화재 대피령이 내려진 직후 급하게 집을 빠져나온 탓에 물건 하나도 챙겨 나오지 못했다. 이후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의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화재 이후 솀토브는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견딜 수 없이 우울하고 모든 걸 잃은 기분이었다”며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다면, 앉아서 슬퍼하기보단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솀토브는 곧장 푸드트럭을 몰고 LA 지역 곳곳을 돌며 타코와 부리토를 나눠줬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음식을 준비하며 종일 일하는 구조대원들 몫까지 챙겼다. 그는 타코를 먹은 한 남성이 “매콤달콤한 타코를 먹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집을 잃은 뒤로 처음 웃은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솀토브가 손님들에게 위로를 받을 때도 많았다. 그는 “주방위군이 부리토를 먹는 동안 트럭 앞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있다”며 “내 마음도 치유받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푸드트럭을 타고 나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마음을 나눈 건 솀토브뿐이 아니었다. 그가 푸드트럭을 몰고 산불 현장에 갔을 땐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모인 시민들이 이미 여럿이었다. 솀토브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그곳(산불 현장)에 모여 있었다”고 말했다. 직접 끓인 스튜를 냄비 채로 가져와 나눠준 여성도 있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산불은 언젠가 꺼지겠지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이제부터 삶을 재건해야 한다”며 “이들을 돕기 위한 에너지를 잃지 않고 싶다”고 A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