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건전 재정’을 강조했던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처음으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거론했다. 단기적 건전성 지표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우려도 부각했다. 내년 총지출(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와 투자 중점 등을 담은 원칙으로 부처가 예산을 편성할 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677조4000억원·예산 기준)보다 4.0% 증가한 704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의 주요 방향으로 ‘민생 회복과 경기회복 뒷받침’을 꼽았다. 정부는 건설업 불황, 내수 부진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고용을 지원하고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 과정에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할 때 ‘재정의 마중물’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조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언급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생도 어렵고 경기도 좋지 않아 재정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강조했던 ‘건전 재정 기조’ 문구도 사라졌다. 대신 올해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부각했다. 기재부는 “향후 성장률 저하에 따른 세입 기반 약화와 고령화 등에 따른 의무 지출 증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인 건전성 지표보다 중장기적으로 의무 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의료 지출이 대부분 의무 지출인 만큼 구조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최근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예산정책 기조도 바뀔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목표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5월 말까지 제출한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및 지자체 협의,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 예산안 편성을 마치고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