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가 8000만원? 이해가 안 된다.”
내년 초 한국시장에 신차를 출시할 예정인 중국 브랜드 지커(Zeekr)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가 26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지커는 중국 시장에서 비야디(BYD)보다 한 단계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면서도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아직 지커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은데 당장 제네시스급 이상의 가격대로 차를 내놓겠다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한국 시장 공략이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가운데 지커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로 차량 출시를 검토하면서 업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커코리아는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의 국내 출시가를 8000만 원대로 고려하고 있다. 지커코리아는 이같은 내용을 판매를 맡은 국내 딜러사에 전달했다. 7X의 유럽 출시가인 5만2990유로(약 8800만원)와 비슷한 가격이다.
하지만 이런 가격은 딜러사 반발을 불렀다. 일부 딜러사는 지커코리아에 “가격대가 너무 높아 진출 초기 판매 시장에서 어필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딜러사로선 차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면 마진을 남기기 어렵다. 공급된 판매물량을 떠안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7X의 중국 판매가는 기본트림이 22만9900위안(약 4600만원)으로 국내 출시 예정가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는 이와 비슷한 가격을 예상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커코리아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이상의 가격 책정을 원한다고 들었다”며 “다만 국내 소비자는 지커를 잘 알지 못하기에 딜러사가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커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수준의 매장과 비슷한 크기와 인테리어 수준을 딜러사에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의 강점은 차세대 전기차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중심 전기차(SDV) 성능이다.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성능을 가진 것으로 업계에선 평가하는데 이를 국내 출시차에 적용하겠다는 게 지커의 계획이다. 하지만 딜러사는 “국내 지도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은 무리다. 오히려 기본적인 운전자 주행보조(ADAS) 기능만 넣고 1000만원가량 싸게 판매하는 게 시장 진출 초기에는 낫다”는 의견을 지커코리아에 전달됐다고 한다. 가성비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의 성향을 맞춘 요구다. 지커코리아가 이런 의견을 반영해 출시가를 낮출 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워낙 완강해 지커가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는 주장이 적잖다.
올해 1월 국내에 진출한 BYD의 경우 1~9월 2967대를 판매했다. 준중형 SUV 아토3를 3150만원에, 중형 SUV 씨라이언7을 4490만원에 내놓는 등 동급 현대차·기아 차종보다 500만~1000만원 싸게 내놓은 이유가 컸다. 하지만 8000만원대 중국차는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 밖이라는 게 업계 견해다.

가격대가 높게 책정될 경우 국내에서 잘 팔릴 가능성은 줄어든다. 경쟁차종인 제네시스 GV70의 경우 기본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한 차종이 약 7700만원이다. 내년이면 GV70의 주행거리 연장형(EREV) 버전이 출시되고, 2027년 전후 하이브리드 버전도 곧 출시돼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대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중국 브랜드 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고가 정책을 펴는 건 무리수”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덜 팔리더라도 값싼 차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진출 초창기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펴는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제네시스가 저가 정책을 펴지 않은 것과 비슷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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