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부터 수도권 일대 폭설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일부 대학에선 캠퍼스 내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돼 ‘강제 뚜벅이’가 된 학생들이 수업에 지각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28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내에 운행하던 마을‧시내버스 4대 중 가장 가파른 경사로 인근에 위치한 제1‧2공학관을 지나는 마을버스 02, 지선버스 5511 등이 기존 노선을 우회 하는 등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가파른 경사로로 유명한 서울대에선 눈이 쌓이기 시작한 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 무렵 이들 버스 노선의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평소와 달리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학생들은 강제 ‘뚜벅이’가 됐다. 이날 오후 3시쯤 학생들은 공학관 앞 경사로에서 혹시나 미끄러질까 친구들과 손을 꼭 잡고 붙어서 종종걸음으로 눈길을 내려갔다. 경사로 주변으로 연신 크고 작은 제설차가 오갔지만 굵은 눈발이 계속되면서 차도와 인도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는 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학생들의 지각도 속출했다. 교수들은 수업을 원격 강의로 대체하거나 아예 취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서울대행 버스를 탄 이상우(23)씨는 “폭설로 반도 못 가 서울대 후문역에서 하차한 뒤 교내 셔틀버스로 갈아탔지만 공대 가는 경사로를 앞두고 셔틀버스도 결국 멈췄다”며 “결국 7분 지각했다”고 말했다. 성악과 김현진(20) 씨도 “버스가 끊겨 음대에서 정문까지 구두를 신고 걸어 내려오느라 너무 미끄러웠다”며 “11시 전공필수 수업에 반이 지각하거나 결석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서울대 측은 28일 오전 “기록적인 폭설로 학내 도로 및 교통상황이 좋지 않고 차량을 통한 나들문 입출입도 불가능하다”며 승용차 이용 자제 메시지를 발송했다.
캠퍼스 내 언덕길이 있는 경기 성남의 가천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27일 오전부터 교내 셔틀버스 ‘무당이’는 운행을 멈췄다. 조경학과 안진설(23) 씨는 “오픈형 전기버스인 무당이는 눈‧비 오는 날 운행을 할 수 없어 불편하다”며 “무당이 타면 5분이면 가는 언덕길을 15분 올라 갔다”고 했다.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한 서울 종로구 상명대 학생들도 정문 앞까지 가는 버스 운행이 차질을 빚으며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상명대에는 올해 초 제2공학관 인근 도로에 열선이 설치됐지만, 이 구간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7016번 버스 노선과는 관련이 없는 도로인 데다 폭설이 내린 전날엔 전기 연결 문제로 이 열선 마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용무용과 송하림(19) 씨는 28일 오전 “어제 버스 기사님이 학교 정문까지 못 올라간다며 세검정 교차로에서 내리라고 해서 학교까지 미끄러운 언덕길을 걸어 올라왔고 결국 지각했다”며 “오늘도 혹시 몰라 경복궁 역에서 택시타고 학교에 왔다”고 말했다. 경영대 나준원(24) 씨도 “어제 오전 8시 30분쯤 세검정 교차로에서부터 걸어서 올라가는데 눈이 안 치워져 있어서 거의 빙판길이라 한 차례 넘어졌다”며 “웬만하면 버스를 타지만 어제는 버스가 운행을 안 했고 오늘도 배차가 지연되고 있어 걸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