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7시40분 서울 마포구 지하철 5호선 공덕역 1번 출구 앞에서 만난 직장인 박경환씨(42)는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을 종종 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공덕동 사무실로 출근하는 박씨는 “평소 다니는 길이 가파른 바람에 오늘은 돌아서 가느라 회사에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다가 몇 번 넘어질 뻔했다”고 말한 그는 마음이 급한 듯 눈이 치워진 길을 따라 급히 걸어갔다. 박씨 주변에는 여기저기서 간밤에 내려 살얼음이 돼 버린 눈길을 걷다가 미끄러져 휘청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이날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눈길에 조심하면서도 지각을 걱정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펑펑 내려 쌓인 눈에 더해 영하까지 내려간 날씨에 시민들은 패딩점퍼와 목도리, 장갑으로 단단히 대비를 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경기 안양시에서 공덕동 일대로 출근한 김수경씨(30)는 “원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큰일 날 것 같아서 일부러 지하철을 탔다”며 “사람들이 다들 버스 대신 탔는지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출근 지옥’으로 유명한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도 버스나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택한 시민들로 평소보다 더 붐볐다. 역사 내에선 “현재 서울에 많은 눈이 내려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음성 안내가 연달아 나왔다. 2호선으로 환승한 직장인 김선빈씨(29)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열차 4대를 그냥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얗게 눈이 내린 건 아름답지만 보자마자 험난한 출근길이 예감됐다”며 “버스도 천천히 오고, 지하철도 늦게 오는 탓에 지각은 이미 확정”이라고 말했다.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지각을 면치 못한 이들도 있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오전 5시30분 출발했다는 장성민씨(32)는 “늦을까 걱정돼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버스 출근길이 너무 막혔다. 8시까지 출근인데 벌써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방수부츠를 신고 나온 이모씨(33)는 “회사 단톡(단체대화방)을 보니 오늘 팀원 8명이 전부 눈 때문에 회사에 늦게 도착할 예정이라는 것 같다”며 “어차피 늦은 김에 눈 쌓인 사진이라도 잘 찍고 천천히 조심해서 출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미끄러질까 길가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이들도 보였다. 구로구의 한 상가 앞 눈을 치우던 관리인 김모씨(64)는 “아침 6시쯤 이미 상가 앞 길가에 쌓인 눈을 한 차례 쓸었는데 눈이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또 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 9호선은 폭설로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열차가 일부 지연됐다. 오전 5시30분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선 쌓인 눈으로 무거워진 가로수가 쓰러져 주택 등 가구 174호에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28일까지 예상적설량을 서울·인천·경기 서해안·경기 북서 내륙 3~8㎝, 경기 동부·남서 내륙에 5~15㎝로 예보했다.